사상초유 법정살인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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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피고인의 법정살인이란 우리 사법사상 최초의 행형 사고.
살인 피고인이 또 다른 범죄를 위해 흉기를 법정에 반입하도록 까지 교도관들의 감시 및 계 호가 눈감고 있었다는 것은 직무태만이라든가 방심이라는 차원을 벗어나 행형 60년의 고질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범인임이 복역중인 안양교도소는 형이 확정된 각종 흉악범을 포함한 중범들이 수용되어 있어 이들의 계 호 및 호송에는 특별한 주의가 마련되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사고당일 임은 이 같은 계호 상의 절차를 밟았으면서도 길이가 20㎝나 되는 살인 흉기를 몸에 감춰 갖고 법정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또 다른 나무 조각으로 자신의 수갑을 푸는 등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다른 범죄를 꾀했던 것이다.
구속 피고인의 법정난동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 3년 전과 금년 초 서울형사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형사 피고인이 재판장의 형량 선고에 불만, 구치소에서 미리 숨겨 갖고 나온 인분뭉치를 던진 일이라든지, 차고 있던 수갑을 풀어 판·검사에게 던지는 등의 소동을 벌인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교도관들의 계호 및 감시문제가 자체에서 문제가 되곤 했지만 항상 교도관들에 대한 현재의 처우문제와 상쇄되어 묵살되곤 했었다.
현재 전국27개 구치소 및 교도소에 근무하고 있는 교도관은 모두 3천4백여 명으로 이중 90%가 5급. 교도관의 직무집행 규정을 보면 24시간 근무한 뒤에는 하루를 쉬도록 되어 있으나 직원수가 모자라 다음날도 계속 근무, 36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받는 보수라야 수당까지 합쳐 고작 2만7천 원. 그러기에 이들의 이직 율과 결근 율은 어떤 공무원의 직종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높다(법무부 집계에 의하면 연평균 이직 율은 7백 명 선으로 전체의 20%안팎이며 격무로 인한 결근 율은 하루평균 1백여 명으로 약 3%).
이로 인해 계호 담당비율은 교도관 1명당 죄수14명으로 미국의 1대6, 일본의 1대4에 비하면 2, 3배가 넘으며 특히 임이 작업하던 기계작업장의 경우 교도관 1명이 1백 명의 죄수를 감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격무에 박봉, 직업에 대한 사회의 몰 인식, 게다가 제도상의 결함까지 겹쳐 이들 자체의 비위도 점차 늘어 최근 문제가 된 것만도 재소자의 영치금을 횡령한다 든 가(73년 8월, 부산·대구·광주·전주교도소)재소자로부터 유흥비를 뜯거나(68년 12월 의정부교도소)하는 등의 사고가 있었으나 재소자들에게 각종 물건을 비싸게 팔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기도 하다. <정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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