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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전세난, 민간 임대 확대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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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아파트 전셋값이 73주 연속 상승하며 서울 지역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2000년 이후 처음 60%대에 진입했다. 주택 매매시장은 거래량이 늘고 아파트 값도 소폭 반등했지만 전세난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임대차 시장의 특징은 월세보다는 전세, 지방보다는 수도권의 상승세가 높게 나타난다. 2010년 이후 지방은 아파트 분양이 증가해 입주량이 늘고 있는 반면 수도권은 분양 물량이 저조해 현재에도 적정 입주 물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격 상승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지만 최근의 상승은 과거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대체로 전·월세 상승은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이나 도심재생사업으로 인한 재고주택 감소와 이주수요 증가가 원인이 된다. 또는 가구 소형화나 독신가구 증가에도 원룸·중소형 주택 공급 부족 등 규모별·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전세 가격 상승은 이런 전통적인 원인보다는 저금리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 전세대출 확대로 인한 전세 수요 확대, 주택가격 하락 우려에 따른 전세 선호 심리 등이 새로운 원인으로 더 많이 지목되고 있다.

 2011년 봄부터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는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지원 정책을 폈다. 저리 건설자금 제공, 세제 혜택 등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이 급격히 늘면서 이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초저금리가 정착된 이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물량까지 더해 월세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형 규모 주택의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전세 재고 주택의 감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전·월세난에서 전세난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와 월세가 따로 놀아 정확한 임대주택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차제에 전세와 월세를 통합한 임대가격지수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행복주택 공급, 매입·전세임대 등 도심 중소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실수요자 위주로 내집마련 자금 지원도 강화해 전세 수요의 일부를 매매 수요로 돌리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생애최초주택담보대출 자금 확대나 1%대 금리의 공유형 모기지 정책 도입 등이다.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이나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이용하는 수요자는 전·월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라고 볼 수 있다. 이에 힘입어 주택거래량이 2012년 72만 건에서 2013년에는 85만 건 정도로 증가했다.

 당국은 올해엔 기존의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인 근로자서민, 생애최초, 보금자리 대출을 통합한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을 지난해만큼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힘입어 전세 수요는 꾸준히 매매 수요로 전환될 전망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나 취득세 항구 인하, 거시 경제 회복 등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 회복에 기대가 커지는 것도 전세난 해결에는 청신호다. 수도권 전세 선호 현상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전·월세 상한제 논의가 증가한다. 하지만 직접적인 가격 규제는 임대주택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공급도 축소시킨다. 민간 임대주택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공 부문만으론 도심의 다양한 임대수요를 대처하기 어렵고, 현재 주택 부문 공기업들의 재정 여건상 대규모 공급을 지속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전세난을 해결하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 및 세제 지원을 확대해 민간 임대주택 건설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이 중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에 편입시켜 도심 공공 임대주택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