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자유민주는 스스로 방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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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대한민국은 곧 자유민주체제라 할 만큼 자유민주체제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핵(核)이다. 산업화와 함께 자랑스럽게 이룩한 자유민주체제는 대한민국 수립 이래 최대 위기인 6·25전쟁, 그 후에도 이어진 청와대 습격, 삼척·울진 무장공비 사건, KAL기 폭파 등 수많은 대내외적 도전을 이겨내며 성장해 온 유기체와 같다.

 전 세계적 차원의 사회주의체제 몰락 이후에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시대착오적 3대 세습의 일당독재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 종국에는 온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암 세포가 자라고 있음을 발견하고 국민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북한이 무력 도발을 호언하던 지난해 초에 남북 무력충돌 시 무장봉기해 통신·교통망·군시설의 폭파 등을 꾀한 이석기 RO 내란음모 사건이 적발돼 재판에 부쳐져 지금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이석기 등을 앞세워 국회에 교두보까지 확보한 NL(민족해방)계열 중심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사건의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강령은 집권 시 실현하려는 목표다. 통진당은 국민주권에 위배된 북한의 진보적민주주의·민중주권, 북의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 따른 국가보안법 폐지·미군 철수·한·미동맹 해체·평화협정·‘코리아 연방제’ 통일 등을 강령으로 내걸고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른 평화적 통일(헌법 제4조)과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 자유민주체제는 다원주의·관용의 체제이나 이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으로부터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여러 면역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그 하나가 체제 전복을 꾀하는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형법의 내란·외환죄, 국가보안법 등이고, 다른 하나는 목적이나 활동이 자유민주체제에 위배되는 정당의 해산장치다.

 전자는 기왕의 적발된 범죄행위(내란음모 등)에 대한 처벌을 내용으로 한다. 후자는 합법정당으로 활동하면서 헌법위배적 목적실현 활동과 같은 일을 미래를 향해 더 이상 할 수 없게 하는 정당 해산장치다. 통진당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범죄행위 때문에 과거에 처벌을 받았으나 형 종료·사면 등으로 풀려난 후에도 민주노동당을 거쳐 통진당을 창당하고 그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진출시킨 바 있다.

  북한의 무자비한 장성택 처형 소식은 남북 간의 체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재판절차 등을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준다.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국민은 형사피고인이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법률에 따른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또 재판은 만천하가 지켜보는 증거 재판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이석기 측 주장과 같은 사건조작 등은 일어날 수 없다. 만에 하나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우선 여론을 거스르기 어렵고, 둘째는 항소심 등에서 바로잡히게 돼 있다. 내란음모죄와 같은 중한 범죄는 엄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억울한 사람은 없도록 하는 것이 자유체제에서의 재판의 이념이다. 이 사건의 판결에 임하는 판사의 법관으로서의 심중(深重)한 증거 조사, 관련 법 조항 적용 및 양형을 기대한다.

 몸에서 자라기 시작한 암을 과감한 수술로 제거하는 등의 치료를 소홀히 하면 건강한 부위에까지 퍼져 결국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 이 비유는 자유민주체제를 숙주 삼아 자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나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청구사건의 경우에도 타당하다. 자유체제 전복을 꾀하는 사람·세력에 대한 관용은 종국에는 자유체제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법과 양심에 따른 과감한 재판 선고와 결정은 결국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생존·건강과 한 차원 높은 성장의 처방이 될 것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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