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에서 기쁨 찾는 주부들 중산층의 활발해진 봉사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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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활에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경제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긴 주부들 사이에 자선활동이 눈에 띄게 번져가고 있다.
「바자」나 「자선의 모임」등이 일반화하면서 이들 주부들은 스스로 많은 돈을 기부하는 대신 기부과 노력봉사만으로도 능률적인 자선활동을 해가고 있다. 따라서 부자가 아닌 중산층 주부들도 「자선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자선 모임들은 1년에 한두 번 생활용품 「바자」회를 열고, 또 「자선의 밤」 행사를 갖기도 한다.
회원은 20∼30명 정도인데 이들이 동분서주하여 1년에 보통 50만원∼1백만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바자」에 나오는 수예품, 아동복 등은 모두 솜씨 좋은 회원의 지도를 받으며 회원들 손으로 만들고, 고춧가루나 참기름 같은 것도 직접 참깨·고추를 사다가 만든다. 각 가정의 중고 가구와 옷을 기증 받기도 하고 화장품·과자·음료 등을 「메이커」로부터 기증 받기도 한다.
「자선의 밤」은 2천 원∼5천 원 정도의 「티켓」을 팔아 저녁식사와 오락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차액에서 수익금을 올리는 행사이다. 이런 자선 행사에는 즐겨 무료로 출연해주는 연예인들이 큰 도움을 준다.
자선단체들 중에서 처음으로 중산층이 참가하는 자선의 밤 행사를 기획했던 한국기독교 양자회 주부후원회의 장정식 회장은 "반찬값을 아껴 「티켓」을 사 가지고 오는 젊은 부부들에게 돈 있는 사람들만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돈버는 것 이상의 큰 성과" 라고 말한다.
사교의 모임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자선의 밤」은 젊은 부부들에게 사교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작년에 처음 친구의 권유로 「티켓」을 사 가지고 「자선의 밤」에 참가했었다는 한영미 부인 (32) 은 "그 자리에서 남을 도와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 후 일상 생활에서 늘 불우한 이웃을 기억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성들로 조직된 자선단체 후원회 중에서 몇 단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성 100인회>
이태형 박사가 운영하는 가정법률 상담소를 후원하는 모임이다. 회원 중에는 경제적으로 상류에 속하는 부인들도 있고 중류가정의 주부도 있다. 이들은 여의도에 2백50평의 대지를 구입, 가정 법률 상담소가 창설 20주년을 맞는 76년까지 회관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기독교 양자회 후원회>
중류 가정의 30대 주부 15명으로 구성되어있다. 「바자」 「자선의 밤」 이외에 공업단지를 돌며 여공들에게 미혼모 발생을 막기 위한 강연도 하고있다. 오는 11일 「로얄·호텔」에서 3회「자선의 밤」을 열 예정이다.

<소아마비 재활원 어머니 회>
소아마비 재활원에 입원하고 있거나 입원했던 어린이들의 어머니 30여명이 회원이다. 돈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는 다른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으며, 26일에 「자선의 밤」을 열게된다.

<화곡 주부 회>
주부들 자신의 소양을 높이고 공동 구매 「클럽」 등의 역할을 하는 단체인데 한편으로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홀트」 양자회 후원회>
비교적 여유 있는 가정의 주부들 20여명으로 조직되어 있다. 오는 연말에 「자선의 밤」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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