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객 참사…4명 압사 39명부상|28일 밤9시 용산역 6·7 번「폼」계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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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8일 하오9시10분쯤 추석귀성객으로 붐빈 서울 용산역 구내 철로선상가교 6, 7번「폼」계단에서 이날 하오9시25분발 부산진행 제163 임시완행열차를 타러 내려가던 일반승객과 용산TMO(군수송대)를 통해 들어간 휴가장병들이 뒤섞여 넘어지면서 압사상사고가 일어나 승객김영호군(19·포항시 죽도1동36의21)등 4명이 인파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지고 장명순양(20·충북 영동군 용화면 용강리)등 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밖에 이날 하오11시50분쯤과.29일 상오시30분에도 용산역 앞 광장과 호남선개찰구에서 각각 인파에 깔려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하룻밤 사이에 세 차례나 귀성객 압사상사고가 났다. 부상자들은 서울 용산구한강로3가 국립서울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세 사고에서 5명은 중태이고, 24명은 응급처치를 받고 29일 퇴원했다,

<제1사고>
이날 용산발 부산완행 제163 임시열차는 일반용9량·군용7량을 연결, 모두2천2백명을 수송하기 위해 하오9시3분 7번「플랫폼」앞에 들어섰고 용산역과 TMO는 이와 동시에 개찰했다. 승객들이 서로 먼저 차를 타려고 선상가교를 꽉 메우며 6,.7번「폼」계단을 다투어 뛰어 내려갈때 이보다 앞서 하오8시50분발 B163열차를 놓치고 7번「폼」계단쪽에 미리 서있던 승객5백여명과 마주치면서 큰 혼잡을 이뤘다.
이때 일반승객에 섞여 있던 술 취한 모 부대소속 군인 1명(20세전후)이「러닝샤쓰」바람에 손에 돌을 든채 다른 군인4명과 가교 위에서 시비를 벌이며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숨진 조윤경양이「악」소리를 지르며 넘어져 이 충격으로 앞서 계단을 내려가던 승객들이 연쇄적으로 굴러 내렸다.
7번「플랫 폼」에서 승객을 안내하다 사고를 목격한 서울지방철도청 공안관 이정직씨 (36)에 의하면 사고순간 아우성소리가나며 순식간에 계단중간 평평한 바닥(가로2.8m 세로2.1m)에 1백여명이 한꺼번에 밀어닥쳐 깔리고 그 위를 계속 인파가 밟고 넘어졌다는 것.
또 이곳에서 부상한 고순남양(22·경북 문도군 산이면 십전리377)은 구름다리를 지나 7번 「폼」계단을 중간쯤 막 내려왔을때 갑자기 뒤에서 사람이 밀려 2∼3바퀴 곤두박질을 하면서 앞서가다 쓰러진 중년남자 배, 위로 넘어졌고 그 위를 사람들이 밟고 넘어가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계단은 경사30도에 길이16.7m, 너비2.8m로 상단부에 작은 계단 15개, 하단부에 25개가 있으며 중간에 가로2.8m, 세로 2.1m의 평면이 있다. 부상자들은 주로 상단부 계단을 내려오던 사람들로 이 평평한 곳에서 서로 엉켜 넘어졌다.
사고가 나자 공안원 이씨 등 2명과 일부승객들이 압사자와 부상자들을 국립서울병원으로 옮겼다.
사고순간 역구내에는 공안원 2명, 경찰관 3명, 헌병 2명, 용산역 직원 10여명, 예비군 4명,철도 고·교생 15명이 있었으나 인파에 밀려 사고예방에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사고현장에는 깨어진 술병·구두·「핸드백」·과일 등이 흩어져 있었으며 계단바닥과 모서리에는 피와 머리카락 등이 엉켜 붙어 있었다.
이 사고로 163연차는17분 늦게 떠났다.

<제2사고>
제2사고는 첫 번째 사고가 난지2시간30분만인 28일 하오11시50분쯤 용산역 호남선 개찰구 앞 4m지점에서 일어났다. 이 시간에 용산역 앞 광장에는 차를 타지 못한 호남선·전라선·장항선 및 경부선 승객 1만5천여명이 경찰의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개찰구 쪽으로 밀어닥치고 있었다.
11시45분쯤 용산역에서 개찰을 시작, 2백명 단위로 승객을 들여보내자 승객들은 줄을 무시한채 좌우쪽에서 서로 먼저 개찰구로 들어가려고 몰려 들었다. 이 때문에 줄을 서 들어가려던 황경순양(19·전남 신안군 장산면 오음리)이 옆 사람의 발에 걸려 쓰러지고 그 위에 20여명이 덮쳐 황양 등 6명이 발길에 채어 중경상을 입었다.

<제3사고>
제3사고는 29일 상오0사30분 호남선 개찰구에서 일어났다. 이 시각에도 서울역앞 광장에는 1만여명의 귀성객이 몰려 있어 철도청은 0시45분발 C185임시열차를 긴급배치, 개찰하고 있었다. 이때 개찰구를 막 들어선 박재수씨(29·전남 무안군 무안면 공곡리)가 앞서가던 여자의 가방에 무릎이 걸려 쓰러졌고 뒤이어 승객들이 박씨의 몸을 밟고 넘어갔다.
이 사고로 박씨와 손주오군(18·서울 도봉구 미아9동16의5)이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국립서울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4명)
▲배원호(22·육군 모부대 상병) ▲김영호(19·포항시 죽도1동 36의21·단대 경영학과1년) ▲장인자(23·상주읍 도남동366) ▲조윤경(26세쯤·고동색상의, 밤색「스커트」)
◇입원중인부상자(26명)
▲장명순(20·충북 영동군 용화면 용강리212) ▲설미숙(20·상주읍 복룡동) ▲조용분 (17·충북 옥천군 청산면 예곡리461) ▲김복수(21·경북 금릉군 귀성면 상원리287) ▲김경순 (21·전남 해남군 황산면 송호리209) ▲김향숙(21·경북 월성군 천배면 갈곡리) ▲나기훈(24·육군 모부대A포대 상병) ▲채모란(59·대구시 서문시장) ▲김정자(25·경북 의성군 춘이면 효선동415) ▲박일순(18·충북 옥천군 책산면 례곡리) ▲유금순(21·충북 공주군 공주읍금성동55) 박은순(22·여·충북 옥천군 청산면 례곡리640) ▲장임무(30·여·미상)
▲권수자 (39·여·서울 성동구 행당동) ▲김막내(50·여·전북 임실군 지사면 계산리) ▲김정희(18·여·충북 옥천군 청산면 한곡리) ▲김기자(28·여·경북 칠곡군 야목면 영동1구443) ▲이군자(22·여·전북 완산군 팔봉면 석암리585) ▲황선순(25·여·미상) ▲신재철(25·군인) ▲유태자(21·여·미상) ▲고순남(22·여·경북 문경군 산양면 신전리377) ▲김남희(18·서울 영등포구 당산동6가237) ▲황병순(19·여·전남 신안군 장산면 오음리) ▲신원미상여(20세쯤) ▲송학순(22·여·경북 금릉군 감천면 무안3구) ▲여영애(19·여·서울 성동구 길동439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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