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한·일 관계와 외교·안보-최상용(고대)·김종휘(국방대학원) 교수의 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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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15대통령저격사건을 출발로 그동안 한·일 양국간에 빚어졌던 미묘한 관계는 시이나 특사의 방한을 계기로 일단 매듭을 지었다.
그러나 이 매듭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절차의 종결일 뿐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한·일간의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아 새로운 역사의 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이 대부분 관계자들의 견해다.
이러한 혀 시점에서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떠한 방향에서 어떻게 전개돼 나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새삼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안보·외교의 측면에서 한·일 관계자의 전개방향은 한반도 주변의 평화안전 및 세계 평화의 주축이 된다는 저에서 그 어느 면보다도 중시되고 있다.
먼저 한·일 양국간의 외교적 측면에 관해 최상용 교수(고대)는 65년 11월의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 양국은 경제적 측면을 제외한다면 요도호 사건·김대중씨 사건·8·15사건 등 지극히 불미스런 사건을 통해서만 대면해 왔다고 지적, 이럴 때마다 그들의 부당한 편견과 우리의 고정관념이 상승작용을 하면서 관계악화를 부채질해 왔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최 교수는 전전·전후를 통하여 일본의외교정책을 분석해 보면 그것은 한 마디로 「대세에의 무원칙적 의존」이라는 부동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면서 이것은 다시 말해서 국내정치에 있어서는 정부가 외교정책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기 보다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 국민의 일반적 무드에 영합하고 국제정치에 있어서는 그때 그때의 대세 특히 강대국의 외교정책에 기회주의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일본외교의 본질을 생각할 때 우리는 8·15사건을 계기로 한·일 양국간에 합의된 약속 사항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촉구해야 됨은 물론 보다 거시적 입장에서 금후 일본의 외교정책에 대응하는 탄력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전전의 동화정책과정에서 우리 민족에 대해 갖고있던 우월감 내지는 왜곡된 대한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에게는 뼈에 사무친 반일감정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 교류를 통한 대일 의존 경향도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항일의 의지가 민족적 에네르기의 기초임에는 틀림없으나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을 알고 그에 대응하는 관점이 부족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최 교수는 한·일 양국간의 바람직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 국민이 전전의 불미한 체험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될 것이라는 전제아래 우리가 반공의 적극적인 이데올로기인 자유민주주의와 건전한 잠재력으로서의 항일민족주의를 다아내믹하게 결합함으로써만이 금후의 대일 정책에 자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일 관계의 안보적 측면에 관해 김종휘 교수(국방대학원)는 이제까지의 한·일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지나치게 유엔을 의식한 외교적 측면과 자본 및 시장의 의존성을 염두에 둔 경제적 측면에만 신경을 썼지 핵심이 되는 안보 측면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점이 없지 않았다면서 안보 측면이야말로 한·일 관계에 있어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일 양국이 쌍무적이든 다자적이든간에 군사적 유대를 맺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리라고 당분간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69년11울 닉슨-사또 성명이 지적했던 것과 같이 한국의 안전은 일본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양국간의 협력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의 안전보장이 미국의 핵우산과 재일 미군에 의해 유지되고 있지만 반공한국의 건재에서 가능한 것이며 한반도의 적화가 곧 일본의 공사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도 적어도 한국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에 지극히 긴요하다는 사실은 부인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으로 하여금 이러한 현실을 인식시켜주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의 안전이 북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침략에 의해서 뿐 아니라 일본을 통한 간접적인 침략에 의해서도 위협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을 그들의 시장, 값싼 노동력의 획득 장소, 공해 산업 이전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아량이 있어야 할 것이며 우리도 유사시에 일본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협력은 기대할 수 없더라도 재일 미군 기지를 통한 미군의 작전 수행에 일본의 태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안보적 측면에서의 유대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확실히 이제의 한·일 관계는 너무나 경제적 측면에 편중되어 전개되어 왔고 원색적인 민족감정의 바탕 위에서 문제가 다뤄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보적 측면에서 양국 관계를 재검토 내지는 재정립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한·일 양국이 단기적인 경제적 배려에서 탈피, 양국간의 논의의 중심적 과제를 보다 근본적이고 항구적일 수 있는 안전보장 문제로 돌린다면 한·일 관계는 보다 건전한 방향에서 상호협력 하는 관계로 재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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