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국 경제와의 비교|신성순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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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과 대만의 경제 여건을 비교해 보면 구조·정책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만도 60년대의 공학화 과정을 거치면서 농업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공업 위주로 탈바꿈해 왔으며 수출 입국을 지향, 높은 해외 의존도를 나타내고 있다.
52년 즉 제1차 경제 개발 4개년 계획이 시작되기 전년의 대만의 산업 구조는 농업 생산 비율이 전체의 35·7%인데 비해 공업 생산 비율은 17·9%이던 것이 73년에는 농업 생산 비율 15·5%에 대해 공업 생산 비율 37·9%로 반전되었다.
73년 국민 총생산의 해외 의존도는 87%로 한국의 71%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공업화 과정에서도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경공업에 우선 순위를 두어 섬유 공업이 전체 제조업의 30%를 차지하는 비중을 갖고 있는 것도 우리와 유사하며 대외 거래가 미국과 일본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비슷하다.
73년도 대만의 대외 교역에서 미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전체 수출액 중 대미 수출이 37·5%, 대일 수출이 18·4%로 이 두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55·9%에 달했다.
수입의 경우에도 대미 수입 25·1%, 대일 수입 37·7%로 두나라 합계가 전체 수입의 62·8%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자본의 활발한 유입이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 때문이라는 점도 우리와 비슷하다.
따라서 자원 파동, 유류 파동이 일자 높은 해외 의존도, 미·일 편중 경향 등 고도 성장에 따른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서 오는 진통을 우리와 똑같이 겪고 있다.
국제 「인플레」의 국내 유입에 따른 물가 상승,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국제 수지의 악화, 섬유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후퇴 등등.
특히 대만은 이제까지 미루어 왔던 사회 간접 부문의 투자에 착수, 73년부터 남북 고속도로 건설, 대만 항 건설 등 10대 건설 사업에 착수하여 한창 진행중인 만큼 원자재의 수입 수요가 대폭 늘고 있어 자원 파동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 같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도 활발하다. 대만에서는 지난 3월이래 무역 수지가 역조 현상을 보여 적자폭이 6억「달러」에 이르자 벌써 평가 절하 등 대응책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위해 3백54억 신 대폐를 책정, 해저 유전 개발, 다목적 「댐」 건설, 원자력 발전소 건설, 석탄 및 천연「개스」 생산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동광 개발과 원목 벌채에 민간 기업이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는 합작 비료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파라과이」·「아이버리코스트」에 대해서도 기술 지원과 현지에 「펄프」·가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밖에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구주·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시장 개척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의 경제는 성장 과정이나 구조, 정책 방향이 우리와 비슷하며 제품도 비슷하므로 양국의 경제 관계는 국제 분업에 의한 협력 관계라기 보다는 경쟁 관계에 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적수가 되는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양국의 무역 동향을 보면 더욱 뚜렷해지는데 예컨대 대만의 주 수출품인 섬유 제품·전자 기기·합판은 우리에게도 주요 전략 수출품이며 수출 시장도 미·일·「캐나다」·「홍콩」 등 경합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양국의 교역 관계는 각각 자국 전체 교역량의 1·2% 수준으로 미미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우리의 대중 수입품은 원당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며 대만이 우리에게서 수입해가는 가장 큰 품목은 동전 (73년 8백60만「달러」) 정도다.
그러나 대만은 경제 개발 계획이나 수출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이제까지 우리를 앞서왔으며 현재도 앞서고 있는 만큼 우리가 배우고 흡수해야 할 점이 많을 것이다.
과거 수출 자유 지역, 외자 도입 정책이 우리를 앞섰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며 최근에는 유류 파동이 나기 전에 이미 수입 기금을 마련, 원자재 확보를 서둘렀던 점등이 좋은 예가 된다. 산업 분야에서도 우리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 많다. 두드러진 것은 전자 공업, 「플라스틱」 공업, 자전거 생산, 통조림, 완구 제조, 기업화한 양돈, 선박 해체 산업 등이다.
이중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이 양돈 기업과 선박 해체 산업.
양돈은 10년전 대만 제당이 처음 시작한 것이 3년 전부터 수출「붐」을 타고 크게 확대되어 대만 제당 공사의 산하 22개 사육장 외에 대기업이 경영하는 10여개 회사에서 연 40만두를 생산하고 있다.
선박 해체 산업도 62년 9척을 해체할 정도의 규모던 것이 73년에는 2백75척 1백40만t의 해체 실적을 올렸는데 고철 파동으로 관계 회사가 72년 65개사에서 73년에는 1백19개사로 늘었다.
고철 확보 방안의 하나로 우리도 고려해 볼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만에서 진정으로 배워야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부정 부패가 없는 사회 풍조라고 지적하고 싶다.
고급 관리가 호화스런 생활을 멀리하고 검소 절약의 시범을 보이며 뇌물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국민이 믿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보내는 것이 대만 경제발 전의 원동력이 되어 온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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