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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영화과출신|왜 진출이 부진한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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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0년대 중반까지 한동안 각대학의 일반학과졸업생들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만큼이나 좁은 취직문전에서 고전하는 중에도 「호황」을 누렸던 연극영화과출신들의 연예계진출이 7O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반대로 극히 부진한 현상을 보이고있다.
그원인은 대체로 60년대의 TV방송신설이 더 이상 없고 국산영화「붐」이 수그러지고 「학벌숭상」의 사회풍조가 퇴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국대연극·영화과 이창구교수는 과거 80%정도가 영화·연극배우·「탤런트」·성우·연출자등의 자기전공분야로 쉽게 풀려나가던 졸업생들이 『요즈음은 어림잡아 30%정도밖에 진출하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최근 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영화학도들의 연예계 진출이 극히 부진한 가운데 신인을 찾기가 힘들다는 「풍요속의 빈곤」현상이 문젯점으로 등장되고있다.
그래서 한국영화진흥공사는 「엘리트」영화학도의 양성과 인재발굴을 위해 금년2학기부터 연극·영화전공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키로 결정, 4일 지급 대상자로 중대·동대·한대재학생 6명을 선정발표했다.
중앙대·동국대·한양대등 4년제종합대학 문리대에 연극 영화과가 창설되기 시작한 것은 60년전후다. 현재 이 3개대학의 연극 영화과 졸업생수는 5백70여명(중대=약2백명·동대=약1백명·한대=약2백70명). 숫적으로는 52년 초급대학으로 창설돼 1천여명(주·야간)의 졸업생을 내고 올해 중앙대 예술대학으로 통합된 서라벌예대졸업생이 단연 압도적이다.
현재 전문적인 연예교육을 위한 연극 영화과가 있는 대학은 중대·동대·한대및 「드라머·센터」예술전문학교등이 있는 정도다.
하여간 한때 「학사배우」·「학사가수」라는 대졸의 학벌이 인기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도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고, 대학에 연극 영화과 창설로 연예인들의 학력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학벌이 낮은 일부연예인들중에는 『적당히 S예대를 나왔다』는 식으로 학력의 열세를 「커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연극 영화과를 나오고 현재「탤런트」를 하고있는 정모씨는 연예가의 「학력사기」실태를 신랄히 비판한다.
이제 중견 학사연예인들이 된 연극 영화과 출신들도 많다.
반문섭(TBC) 이효춘(KBS) 박경현(MBC)등 TV「탤런트」와 추송웅 김지영등 연극·영화배우가 중앙대출신이고, 이성웅(TBC) 손경자(TBC) 김무생(MBC)등과 김기일 진도희가 동대, 김영애(TBC) 유준상(KBS) 김귀중(MBC)과 이귀세 남정임등이 한대연극영화과 출신들이다.
김성원(TBC), 김순철(TBC), 정규택(MBC)과 문희, 성우 고은정·남성우등은 서라벌예대출신. 이밖에 각극단의 신진 연출자나 성우,TV·「라디오」방송의 PD(연출자)로 활약하는사람도 많다.
이들은 거의 모두가 65년 중반까지에 진출했던 사람들이고 그후에 나온 졸업생들은 아직 단역정도에 머물러있고 그 숫자도 훨씬 적다.
물론 대학의 전공학과와 취직직장이 일치된다는 것이 철칙도 아니고 대학교육의 방향이 점차 교양중심으로 바뀌는 세계적 사조로볼때 꼭 이루어질수만도 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연기」라는 특수한 기술과 대학의 연극영화과 교육의 입장에서는 이같은「불일치」에 몇가지 문젯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쩨 대학연극 영화교육의 「커리큘럼」상의 실기실습이 부족한 편이다. 현재 4년동안의 정규보기는 10∼15학점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물론 그밖의 교내 연극활동이나 간단한 학내 극영학제작등에 참여할 기회도 어느 정도있다.
또 대학의 본질상 학원처럼 실기위주의 교육보다는 학문적 이론이 주가 돼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드는 무대나 기타 시설의 미비로 전문적 실습 기회를 충분히 가질수 없다는 것을 부정할수는 없다.
다음은 노장기성연예인들과 신진들간의 세대교체가 침체돼 있다는 연예계의 사정도 문제다. 한정된 수요에 불가침의 성을 쌓고 버티는 선배연예인들이 차지한 연예계의 고질이 다른 분야처럼 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읜견이다.
끝으로 「마스크」우선주의로 신인을 발탁하는 선발경향을 지양하고 이론적인 기초와 실기의 경험이 제대로 갖추어진 신인을 우선적으로 뽑는 방향으로 나가야만 능력있는 대학졸업 연예인들이 많이 진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이은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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