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의 원대복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재광 진의종 한병수 김연기 이용희 한영수 의원의 신민당 복귀로 국회 무소속 의원회는 발족 11개월만에 간판을 내렸다. 범야 통합을 내건 신민당의 시동에 무소속은 집을 잃었다. 남은 14명 중엔 공화당에 갈 사람, 추가로 신민당을 넘겨보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대로 주저앉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단 국회법이 고쳐지지 않는 한 무소속의원은 있더라고 교섭단체로서의 무소속회는 사라졌다.
어차피 무소속회가 강한 결속을 가진 조직이 아닌 만큼 무소속의원들의 행동반경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회담·발언 등 원내활동에 주도적인 참여를 못하고 국회의장의 처분만을 바라는 딱한 입장이 됐다.

<캐스팅·보트 행사도 못하고>
당초 2·27 총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은 19명. 원내교섭단체구성 하한서이 20명이기 때문에 이들은 반년이 넘도록 교섭단체를 못 만들었다.
공화당에서 강상욱 강기천 의원이 선거부정문제로 제명되고서야 작년 9월26일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창설「멤버」 21명의 임호씨의 당선무효로 20명이 됐다. 그 이후로는 깨지는 것이 그야말로 시간문제였던 것. 20명의 의원 중 두 강 의원과 양정규 이진용 박주현 김택하 권오태 김은하 이영균 강길만 박귀수 김광수의 12명은 친여계, 신민당에 재 입당한 6명과 홍창섭 의원은 친 야계, 손주항 의원은 비여 비야로 지목됐다.
여당계 7명과 손 의원은 신민당에서 탈당한 사람이고 친여계 12명은 공화당에서 탈당, 제명된 사람과 공천을 희망했던 사람 및 사업을 하던 처지라 성격상 야당하기 힘든 사람으로 「칼라」가 다양하다.
그 동안 무소속회는 친목단체 이상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 행동통일이 어려운 데다 공화당과 유정회를 합친 친 여권이 3분의2에 육박하는 절대 다수여서 「캐스팅·보트」를 무소속이 행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요문제에 행동통일 못 봐>
무소속회의 운명은 초기부터 조용하지 않았다. 발족직후의 간부선출조차 사전조정이 되지 않아 투표로 결말지었고 며칠 전에는 원내총무 경합이 심해 내년 서부를 1백일 전에 뽑는 「난센스」를 빚기도 했다.
임시국회 소집요구 긴급조치해제 건의 같은 행동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면 으레 행동통일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5월 야당이 임시국회소집을 요구할 때 친 야계 인사들은 즉각 공동서명을 주장했으나 친 여계의 「브레이크」로 좌절됐다. 89회 임시국회 때도 무소속회는 의원총회에서 긴급조치 해제건의에 동조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막상 서명단계에서 주저앉았던 적이 있다. 행동을 하지 않고 말만 하는 경우에는 행동통일이 비교적 쉬웠다. 긴급조치에 대해 의원의 원내발언 면책특권이 있다는 데 쉽게 의견통일이 된 것은 이러한 예에 속한다.
『무소속회는 소속 의원들의 정치신조를 통일하려해선 유지되기 힘들다. 친목을 도모하고 원내활동이나 다른 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 양정규 무소속총무는 무소속회의 친목·실리우주운영을 강조했다. 그동안 무소속은 작년 하반기 정치자금 1천여만원과 매달 국회에서 운영비 1백만원씩을 받아왔다. 경비는 이 자금으로 충당하고 양 총무와 비교적 부유한 김은하 김광수 의원이 친목모임의 뒷바라지를 많이 했다.

<공화는 영입에 복잡한 사정>
김영삼 총재가 등장한 이후 신민당은 6명의 무소속이원을 대거 받아들였지만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공화당의 입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친여 인사를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나 긴급을 요하는 문제는 아니다. 들어올 본인보다도 공화당내 사정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길전식 공화당사무총장의 무소속의원 공화당입당에 대한 태도는 무척 소극적이다. 공화당 쪽에서 보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아야하는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 우선 무소속의원이 대거 야당에 갈 경우 국민에게 미치는 야당「붐」 및 여당에 대한 기대가 감소될 가능성과 신민당이 국회의석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해선 곤란하다는 생각은 무소속 영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면이다.
그러나 공천에 반발한 탈당자를 입당시킬 때 예상되는 장래의 혼란과 여당의 지나친 증대를 바라지 않는 국민의 분위기는 부정적인 면이다. 공화당은 제명된 두 강 의원의 복당 방침을 정해놓고 있으나 나머지 의원에 대해선 의견을 들어보자는 극히 초보단계.
특히 10명의 의원 중 박귀수 의원(해남-진도)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내에 지구당위원장이 버티고 있으며 이중 김광수 의원(진안-무주-장수)외에는 모두 상대가 국회의원들이다. 그래서 당내에서 친여 무소속의 입당이 이뤄진다면 박·김 두 의원정도가 가능하리란 얘기다.
비교적 무소속의 입당을 적극적으로 생각하자는 어느 당 간부의 「메모」지에도 양정규·이진용·권오태·김택하 의원 이름 위에 붉은 X표가 될 정도.
같은 지역구를 가진 공화당의원들의 무소속 입당 반대태도도 거세다. H의원 같은 이는 한 지역구의 Y의원이 입당하면 자신이 탈당하겠달 만큼 강경하다.
물론 신민당의 경우도 6의원 입당에 대한 원외지역구 위원장들의 반발, 항의가 대단하다.
그렇지만 야당계인 홍창섭 의원의 신민당 입당은 자신의 결심에 따라 손쉬울 것이며 통일당의 신민당 합당도 곧 본격적인 협의가 있을 것 같다. 다만 신민당 안에도 이철승·신도환계가 사전에 정무의원을 거치고 사람을 선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6의원의 야당복귀로 인한 무소속의 들뜬 상태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자체의 구심력만큼이나 그들을 끌어들일 원심력도 강해 교섭단체가 해체된 상태에서 큰 변화 없이 가라앉을 것 같다. <성병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