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울린 "20세기의 시대착오" 이디오피아 봉건제|정권장악 아닌 "혁명" 목표…후진국 쿠데타 전형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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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디오피아」군부는 드디어 「셀라시에」황제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봉급인상을 내걸고 일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지 6개월, 그리고 군부가 『「황제」에의 충성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쿠데타」를 공식선언한지 두 달이 지난 다음 「20세기의 시대착오」「이디오피아」봉건제는 그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디오피아」「쿠데타」는 보수체제에 반기를 드는 급진세력의 「혼란」을 무기의 힘으로 일격에 쓸어버리고 보수로 퇴보하는 후진국「쿠데타」의 전형을 깨뜨린 특유한 것이었다.
「솔로몬」왕이래 유지되어온 봉건왕제에 대해 「이디오피아」군부는 반년에 걸친 오랜 기간을 두고 진퇴 무쌍한 양동 작전을 펴 이제 정치체제뿐 아니라 사회·경제체제 개혁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혹자는 이 「쿠데타」에 소요되고 있는 오랜 시간을 두고 그것이 『두더지의 「쿠데타」』라고 명명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혁명인 듯하다. 행동의 목적이 정권탈취가 아니라 낡고 부패한 사회체제의 급진적 개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일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주요도시를 점령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의 봉급인상, 내각총사퇴, 사회개혁 등 22개항의 요구를 들고 나왔었다. 이 요구가 부분적으로 관철되었을 때 이들은 반란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으로 돌파구를 찾은 농민들이 토지개혁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고 뒤이어 대학생들은 보다 근본적인 정치체제의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90%의 국민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도 인구의 1%밖에 안 되는 귀족·성직자들의 수세기를 통해 불어난 봉토의 형식으로 전 토지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토지개혁은 모든 개혁의 밑바탕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개혁의 소리 앞에서 구「엘리트」계급들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 「셀라시에」황제를 방패로 반격의 기회를 느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군부는 종전의 목표를 수경, 「셀라시에」황제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군부는 최근 「셀라시에」황궁을 「국민궁」으로 개명하고 그 소유권을 국가에 귀속시킴으로써 지금까지 그의 개인재산이었던 황궁을 사실상 몰수했다. 이어 황제의 활동범위를 제한함으로써 그는 사실상 연금상태에 놓여 있으며 일부신문은 그의 폐위까지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디오피아」의 두더지식「쿠데타」는 단순한 정권의 장악이 아닌 「혁명」을 그 목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처럼 오랜 기간이 소요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셀라시에」황제의 몰락은 봉건지주·귀족, 그리고 이들에게 이익을 준 구체제에의 조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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