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담화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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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번 제29주년 광복절식전에서 우리는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참변을 목격했다.
이 참변은 비단 우리국민들에게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에게도 이루 헤아릴 수없이 커다란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비록 이 참변이 지극히 가슴아프고 불행한 일이기는 하였지만 따지고 보면 반드시 놀라운 일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북한공산주의자들이 지금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이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 정부를 전복하고 한반도를 공산화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혈안이 되어 광분해왔다.
휴전이 성립된 후 끊임없이 무장간첩을 남파하였으며, 심지어는 남북대화가 진행 중에도 무장간첩을 남파하고 양민을 학살했다.
또한 불법적인 지하당을 조직케 하여 대한민국에서 내란을 선동하려 들었고, 합법을 가장하여 통일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정부 전복과 국가변란을 획책하였다.
정부는 이들의 이러한 흉계를 분쇄하기 위해, 때로는 본의 아니면서도 또는 일부의 오해를 받을 줄 알면서도 부득이 비상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러한 조치로 말미암아 우리는 그들의 음모를 미연에 분쇄하고 또 저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그들의 음모가 매번 실패로 돌아가자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이번에는 대통령 암살을 기도하였다.
그 예가 바로 1·21사건과 현충문 폭파사건, 그리고 지난번 광복절 식전에서의 저격사건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간악한 방법과 수단을 다하여 심지어는 국제적 분위기마저 역이용해 가면서 정부 전복과 공산화음모를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사회의 일각에서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가 무엇이며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똑바로 알지 못하고 정부의 긴급조치가 마치 국민을 탄압하기 위한 것처럼 오해마저 하는 사감이 없지도 않았던 것이다.
나는 지난번 광복절 식전에서의 참변을 본 우리 국민들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새삼 재인식하였을 것이고, 그들의 흉계가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게되었을 것이고, 이런 엄청난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안정이 무엇보다도 급선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고, 또 그 동안 정부가 취해 온 긴급조치의 참뜻도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총화가 굳건히 다져졌음을 볼 때, 나는 적이 든든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따라서 나는 이제 헌법 제53조에 의하여 지난 1월 8일 선포한 긴급조치 제1호와 4월 3일 선포한 긴급조치 제4호는 해제할 시기라 판단하고 이를 각기 1974년 8월 23일 상오 10시를 기하여 해제하는 바이다.
그러나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목표, 즉 한반도를 적화통일 하겠다는 야욕을 결코 포기했다고 생각해서는 큰 잘못이다.
그들은 또다시 몇 번이고 우리에게 도전을 해올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어야한다.
우리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또한 보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후손들에게 보다 복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 다같이 총화의 정신으로 굳게 단결하여 내외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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