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여사는 몸을 바쳐 반공 일깨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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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21일 저녁 고 육영수 여사 국민장 장례고문들을 청와대로 초청, 「칵테일」에 이어 만찬을 함께 나누면서 국민장을 치르는 동안 국민 각계각층에서 정중한 조의를 표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25명의 장례고문 중 김수환 추기경 등이 서울 제1주교가 운명했기 때문에 참석치 못하고 18명이 참석, 하오 9시까지 진행됐다.
장례고문들은 「칵테일」장에 들어오면서 한사람씩 박 대통령에게 또 한번 조의를 표하고 위로의 말을 했다.
흰 모시 치마저고리 차림의 박순천 여사는 박 대통령의 손을 잡고 인사하려했으나 말문을 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박 여사가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고 흐느끼자 장내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사를 끝내자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들어 온 이윤영 전 국무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이번에 영부인께서 공산도배의 흉탄에 맞아 서거한 것처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읍니까』라고 위로의 말을 한 다음 『이 불행한 일을 생각만 해도 온 국민의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은데 또 한편으로 생각한다면 영부인께서는 대통령 각하를 구출한 것이고 수백 수천의 군인을 가지고도 당해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공산주의자의 도발에 대해 모든 국민이 각성하고 경계하게 됐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씨는 또 『영부인이 반공의 정신을 전 국민이 굳게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고귀한 목숨을 바치시면서 까지 우리 국민에게 반공의 정신무장을 일깨워주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부인께서 고귀한 생명을 바치시면서 까지 우리 국민에게 일깨워 주신 바 그대로 우리 국민은 모두가 반공정신으로 철저히 무장됐다』고 말한 이씨는 『우리 국민이 앞으로 바라는 것은 대통령께서 더욱 건강하시고 용기를 내시어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지혜를 잃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가호해 주시는 것입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옆에 있던 한경직 목사에게 『지난번 영결식에서의 기도를 고맙게 생각한다』고 한 목사의 손을 잡고 인사.
화제가 광복절 기념식전에서 있은 저격당시로 돌아가자 박종화씨는 『영부인께서는 지금까지 수양을 쌓으신 바 그대로 의연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그만 흉탄에 맞으셨다』고 애도하고 『조금이라도 총을 피하려는 자세를 취했더라도 흉탄을 면할 수 있었는데 의연한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육 여사의 의연한 태도를 칭송했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육 여사가 돌아가신 저녁 7시부터 하늘에 노란 놀이 지었었는데 이것은 보통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당시를 회상.
이병도 박사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 태도인지는 모르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태도가 예의범절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옛날 민비가 시해됐을 때도 우리 나라 조정과 국민에 사과조차 한 일이 없었다』고 일본의 태도를 사실을 들면서 비난했다.
이때 옆에 있던 한 장례고문은 일본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대로 일본의 태도가 가증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만찬을 끝내고 나오면서 대통령은 박순천 여사의 손을 잡고 『지금 우리집사람이 없다 해도 내가 자주 박 선생을 모시고 우리 집에서 보리밥이나 함께 들자고 초대할 터이니 꼭 와주십시오』라고 하자 박 여사는 눈물을 쏟으면서 무엇이라고 대답을 하는 듯했다.
이 자리엔 김종필 장례위원장을 비롯 박순천 이병도 박종화 이윤영 곽상훈 한경직 이서옹 최덕신 노기남 조진만 송요찬 이숙종 성낙서 양일동씨와 정일권 의장 민복기 대법원장 백두진 유정회 회장 이효상 공회당 의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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