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빈 가장 비표 「리번」없이 입장|범인 문세광 입국서 범행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박 대통령 내외 저격 사건의 범인 문세광(23)은 광복절 기념식장에 귀빈을 가장, 비표인 「리번」없이 입장했으며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지난 7월18일 새벽 일본 대판부경남서관내 고진 파출소 보관고에서 범인 문이 훔친 2정 중 「스미드·웨슨」형 5연발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범인은 일본에서 반정부 활동을 해온 한청 동맹 소속 과격파로 알려져 또 한번 놀라게 했다.

<문의 정체>
【동경=박동순 특파원】대통령 저격 사 건의 범인 문세광은 그의 여자 친구의 남편인 일본인 「요시이·유끼오」씨(24·길정항웅·노조서기·일본 대판부천대진시지포443)의 이름을 도용, 대판부에 여권을 신청, 발부 받았으나 일본 경찰은 문의 국민 등록 서류에 붙인 사진과「요시이」이름으로 여권을 발부 받을 때 제출한 서류에 붙인 사진을 대조한 끝에 이 사진들이 모두 동일인인 문세광임을 밝혀냈다.
문은 「오오사까」상진 국민학교·동조길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성기 상고 야간부 3학년 2학기 때 자퇴했다.
문은 학교를 나온 뒤 휴지교환·청소 도구 및 소화기 외판원 등 3∼4차례 직업을 바꾸다가 69년2월 장야에서 열린 한청 동맹 전국 동계 강습회에 참가, 처음으로 한청 동맹과 접촉했다.
문은 그 뒤 69년 말∼72년 봄까지 한청 동맹 생야지부 부위원장을 지냈고 72년7월 생야 지부가 남·북으로 나누어질 때 북지부 대표가 됐다.
한청 동맹 위원장 김군부는 문이 73년9월부터 생야지부 감사로 있다가 그 뒤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문은 고교 1년 때 반장을 지낼 만큼 성적이 우수했으나 학교를 그만둘 때는 아버지의 만류를 물리치고 더 배울 것이 없다면서 자퇴했다. 문은 학교를 나온 뒤 한때 민단생야지부 남분단에서 일을 본 일도 있으나 한국말은 거의 못하고 최근에는 중앙 「빌딩」청소 회사를 만들어 운영해왔다.
문은 석면 제조업을 경영하다 69년 52세 때 직업병으로 사망한 문병태씨의 3남 1녀 중 3남으로 일본 태생. 「샌들」공장에 다니고있는 부인 강성숙씨(28)와 아들 천신(1)군 등 3식구가 71년 이사해 온 새집에 살고있다.
문의 친족으로는 형 근수씨(28·민단계 금강 학원 교사) 둘째 형 세보씨(25·회사원·한청동맹소속) 어머니 육말란씨, 여동생 방영양(15)이 「오오사까」에서 살고 있다. 문은 지난 3일부터 자취를 감추었다가 6일 상오 11시30분 「오오사까」이단 공항에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은 「요시이」씨의 아내 「요시이·미끼꼬」(길정미희자) 와 친구로 「미끼꼬」가 「오오사까」석화 여고에 다닐 때 과외활동 「그룹」인 과학 문학 연구회에 참가, 활동해오면서 알게된 사이다.
문은 지난해 10월 「요시이」씨의 본적지인 고송시에서 「요시이·미끼꼬」를 시켜 여권발급에 필요한 호적 등본을 두 차례나 발급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요시이」씨의 아내 「미끼꼬」씨는 당시 문이 어떻게 지내는가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 필요하다면서 호적 등본을 떼 달라고 부탁해 호적 등본을 떼다가 「오오사까」의 모 다방에서 건네 주었다고 말했다.

<처엔 출장 간다 속여>
시숙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문의 아내 강씨는 『남편이 화가산에 출장간다』면서 나갔다고 말하고 사건 소식을 듣고 정신착란을 일으켜 경찰 조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오오사까」KAL지점에 따르면 문은「요시이」씨의 명의로 7월30일 「산트라벨」여행사를 통해「오오사까」총영사관에서 관광 「비자」를 받아 8월6일 상오 11시30분 KAL202편으로 서울에 온 것으로 되어 있으나 진짜 길정항웅씨는 해외 여행을 한번도 한 일이 없으며 사건 직후 일본 경찰에 출두, 경위를 조사 받았다.
일본 경찰은 문이 「비자」신청 때 기재한 연락 전화번호 07252∼6126번이「요시이」씨 자택 전화 번호임을 밝혀내고 「요시이」씨와의 공모 여부도 캐고 있다.
재일 교포가 한국에 입국할 때는 일본 정부의 재입국「비자」를 받아 입국토록 돼 있으며 재입국 「비자」를 받은 뒤 5일 이내에 주일 한국 공관에 신고토록 돼있다.
신고를 못했을 때는 김포 공항에서 신고해야 되나 문은 그가 해온 반정부 행동을 숨기기 위해 여권의 명의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변조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오오사까」 정도순 총영사는 15일 문에게 「비자」를 발급한 것은 『완전히 속은 것』이라고 말하고 『「오오사까」의 현지 교포들은 육 여사의 서거 소식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아 영사관에 전화를 걸거나 찾아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