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정비 서두르는 미 민주당-포드 승계로 양상 달라진 「76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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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포드」의 대통령직 승계로 1976년 대통령 선거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얼마전까지의 민주당 계산으로는 「닉슨」에 대한 탄핵 안이 하원에서는 압도적인 다수로 통과되고 상원의 탄핵 재판에서는 3∼4표 차이로 부결되어 「닉슨」이 남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되면 오는 11월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역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1976년 대통령선거에서도 공화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든지 간에 민주당후보의 당선은 기정 사실처럼 여겨져 있다. 그래서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사실은 상원에서 「닉슨」탄핵통과를 꺼린다는 관측까지 나돌았던 것이다.
하원의 압도적 탄핵안 통과로 민주당의 정치적 목표는 달성되고 그 여세를 몰아 민주당은 l976년 백악관을 『탈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포드」가 지금 단계에서 대통령이 되어 가지고서 앞으로 남은 2년 반 동안 대통령후보로서의 정치기반을 닦아 현직 대통령이라는 『고지』에서 선거 「캠페인」을 벌일 경우 상당히 승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포드」는 「닉슨」에 의해서 부통령 지명을 받았을 때 자기는 어떠한 경우라도 대통령후보로 나서지 않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러나 선거에 출마한다 안 한다 라는 정치인들의 언질을 액면대로 보는 사람은 없다.
「포드」의 그런 공약은 의회의 인준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는게 옳다.
「닉슨」의 사임 발표 후 많은 미국사람들이 「포드」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그를 잘 모른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2년6개월이라는 세월은 그를 대통령후보의 재목으로 성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그가 부통령으로 「넬슨·록펠러」를 우선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76년이면 「록펠러」는 연령상으로 「포드」와 후보 경합을 할수가 없다는 점을 계산에 넣은 것이다. 이밖에 부통령 후보로는 「멜빈·레어드」 미국 「헤이그」보좌관 등이 있지만 이들은 대통령후보들은 아니다. 뜻밖의 행운으로 권력의 정상에 오른 「포드」가 자신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만큼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의 척도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문제·「에네르기」위기 따위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소련과 중공과의 「데탕트」정책에서 어떻게 실효를 거두며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월남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으며 산발적인 분쟁이 재연되고있는 중동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다. 「닉슨」에게서 물려받은 이러한 달갑지 않은 「유산」의 해결을 위해서 그는 「키신저」를 유임시키고 국내 문제에서도 관록 있는 인사들을 기용할 뜻을 비쳤다.
반면 민주당은 「포드」의 이 같은 뜻밖의 도전을 받았지만 72년 예선 때의 분열의 상처가 아직도 제대로 아물지 않고 누구하나 우뚝 솟은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은 「헨리·잭슨」상원의원이 사전 공작을 펴고 있는 정도고 만인의 친선을 집중시키는 「케네디」의원은 아직 확실한 태도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가 태도 결정을 못하는 것은 가족들의 반대가 그 이유의 하나고 「차파퀴디크」사건이 다른 하나이다.
11월 중간선거뿐 아니라 76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워터게이트」사건을 들어 공화당의 도덕적 부패를 공격하여야 하는데 「차파퀴디크」사건의 주인공으로서는 남의 부도덕을 문제삼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케네디」에게 전혀 승산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앞으로 2년 반 동안에 미국 경제가 기적적인 경기를 맞이하지 않는한 미국인들의 공화당 행정부에 대한 불만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케네디」의 또 하나의 약점은 남부 보수주의자들의 표를 얻지 못한 사실인데 그는 이런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조지·윌리스」 「앨러배머」주지사와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험프리」나 「맥거번」「머스키」같은 사람들은 1972년 민주당 예선에서의 과당 경쟁으로 피차간에 출혈이 너무 컸고 이제는 낡은 인물에 속한다.
「닉슨」이 만신창이가 된 채 임기를 마치기를 기대하고 1976년 선거에서 사실상 부전승을 예상하던 민주당은 「포드」의 대통령 직계승 이라는 사태의 급전을 맞았는데 그것은 「닉슨」이 정치적으로 파멸하면서 정적에게 가한 마지막 일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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