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 한국문제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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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군대와 상품이 나가있는 세계의 수많은 나라 중「양키·고·흠」이라는 반미구호가 한번도 나온 적이 없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이것은 미국이 한국을 줄 곧 원조했고 6·25전쟁 때 함께 피를 흘렸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 것이 전부는 아니다. 상호의 국익에 일칫점이 있기 때문이며 그 일치점이 국민적 동의(내셔널·컨센서스)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 일치되고 있는 국익은 바로「자유의 보위」와「지역안보」로서 여기 자유는 도덕적인「가치」이며, 안보는 현실적인「필요」라 말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다함께 국가의 기본질서로 삼고 있으며,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아내야 한다는 안전보장에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도덕적 가치」와「현실적인 필요」가 위협을 받고 있다면 한·미 양국의 호혜·쌍무적 협력관계는 더욱 고양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30일부터 미 하원에서는 아태 문제 분과소위와 국제기구 및 국제동향 분료소위 공동주최로 한국문제에 관한 합동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 청문회에 참석한「라이샤워」교수는 대한 군원을 삭감하고 주한미군의 일부를 철수해야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한다. 「라이샤워」교수는 주일대사를 지내, 「아시아」정세에 정통하고 미국의 여론 주도에 일역을 맡고 있다. 그러니 만큼 그의 견해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족한 것이지만 그의 대한 원조 삭감 주장의 논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째는 대한원조의 성격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보아「아시아」에 있어서의 자유진영의 일선 보루이며, 또 이 지역 평화유지의 관건적인 위치에 있다. 한국은 막대한 국력을 국방에 쏟고 있는 것이며 미국이 계속해서 한국에 군정 원조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라이샤워」교수는 미군의 한국주둔과 군수자체가 한국내정에 대한 간섭이라는 전제 아래 미국의 대한 개입을 축소시키는 것이 내정간섭을 줄이는 결과가 된다고 했으나 대한원조는 양국간의 조약에 입각한 것이고 상호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수조를 주고받는 것은 국가간의 일이며 개인이나 정권간의 일이 아니다. 「안보」라는 상호의 국가이익을 배제하고 원조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는 원조의 필요성 판단이다.
「라이샤워」교수는 한국의 현하 국내사정으로 미루어 북한이 한국을 전복할 위험이 25년이래 가장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위험의 제거를 위해 원조삭감이라는 수단으로 현하 한국의 국내사정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정간섭을 줄이기 위한 함원론이 실질적인 내정 간섭론으로 비약한 감이 없지 않다.
북괴의 남침가능성이 진실이라면 원조 삭감론이 그 대응책이 될 수는 없다. 청문회 답변에 나선 미국무성「허멀」차관보 서리는 정치적 자유의 개념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한국의 사정을 서구의 기준으로 규정짓기 어렵다고 했지만, 바로 그 상대적인 한국의 상황은 북괴의 위협 때문에 마련된 것인 만큼 대한 수조는 한국의 국내적 상황과 연관시키기보다는 북괴의 위협이라는 현실에서 그 필요성이 판단되어야 한다.
미국의 학계 일각은 미국의 신고립주의·이상주의 기풍을 일으켜 그것이 대외원조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원조가 공동의 이익에 바탕을 둔 것이고, 한·미간의 기본적 공동이익이 안보문제라는 점을 생각할 때, 감상이나 감정으로 인해 한·미간에 불이익한 굴절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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