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선 겨냥… 재연하는 「각복」회전|일 자민당 후꾸다 사퇴와 전격 개각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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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후꾸다」 장상이 예상대로 사표를 내던졌으며 「다나까」 수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결원 보충 인사를 해치우는 등 작년도 총재선 「라이벌」이었던 「다나까」 대 「후꾸다」의 새로운 불꽃튀는 공방전은 막이 올랐다.
「후꾸다」씨는 사임의 변을 통해 『원점에서 재출발하는 자민당의 개혁』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본이라는 배의 침몰을 막자면 선장을 바꿔야 한다』고 「다나까」 총재를 끌어내리는 신호탄을 올렸다. 『야당의 정권 담당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자민당 장기 집권에 대한 염증을 제거하자면 당 내부적인 정권교체에 의해서라도 새로운 정권의 「이미지」를 국민 앞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후꾸다」씨의 논리다.
이러한 도전 앞에 「다나까」 수상은 강경하다. 「후꾸다」씨의 최후통첩이 「다나까」퇴진을 요구하는 것인 이상 「다나까」 수상의 결단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원 보충 인사에서 「오오히라」 외상을 장상으로 옮겨 「다나까」-「오오히라」「라인」의 결속을 굳히는 한편 행정 관리청 장관에 「후꾸다」파 「호리」계의 「호소다」씨를 임명, 「후꾸다」·「호리」간의 미묘한 관계에 쐐기를 박아 「후꾸다」파 가운데서 「사또」직계를 분리해 내려고 시도하는 한편 「사또」 전 수상의 직계로서 「후꾸다」파도 호의적인 「기무라」씨를 기용, 화전 양면의 대「후꾸다」포석을 펼쳤다.
한편 「후꾸다」씨는 17일 중에 「기시」 전 수상과 만나 「후꾸다」-「미끼」파의 제휴를 모색하면서 당내에 미만된 불만의 소리를 규합, 초파벌적인 반「다나까」 세력을 결집하여 「다나까」퇴진 공격을 펼쳐 갈 계획이다.
현재의 당내 파벌별 세력은 「다나까」-「오오히라」파 1백60명, 「후꾸다」-「미끼」파가 1백32명, 「나까소네」파가 40명 정도.
「캐스팅·보트」는 내부 결속이 굳건치 못한 「나까소네」파와 중간파들이 쥐고 있다.
따라서 「후꾸다」씨는 당내 다수를 반「다나까」 공세에 결집코자 범파벌적 정책 중심의 동지 규합 운동을 전개해 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주도하는 도각 운동에 동조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실사 야당이 「다나까」 내각 불신임안을 내더라도 동조할 수 없다는 것이 「후꾸다」씨의 입장. 어디까지나 당의 범위를 이탈치 않는 당내 혁명에 의해 정권을 교체하자는 것이며 이점이 「후꾸다」씨가 갖는 제약이다. 「다나까」 수상은 이러한 제약을 역이용, 정권 담당자로서 방대한 자금 동원 능력 및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점을 업고 반「다나까」세력 분산에 주력. 당내 다수파의 「보스」로서의 위치를 굳혀 갈 계획이다. 대의 명분은 어떠했든 이렇듯, 당내를 양분하는 자민당의 자중지란에는 당파의 미묘한 이해관계가 투영돼 있다.
공세의 첫「스타트」를 끊은 「미끼」파의 경우 참의원 선거 후보 공천 경위 등으로 보아서 이대로 가면 파벌 자체가 괴멸되리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후꾸다」파는 「다나까」 정권 실정의 책임을 같이 질 수는 없다는 계산이 작용해 있다.
「나까소네」파는 「다나까」-「오오히라」의 지나친 밀착에 대한 반발 심리와 견제 의도가 다분히 작용, 관망하는 자세다.
「다나까」파로서는 설사 정권을 넘겨주더라도 「후꾸다」씨일 수는 없다는 태도.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의 정국은 「다나까」-「오오히라」체제와 「후꾸다」-「미끼」연합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기본 구도를 축으로 양 진영에서 「나까소네」파 및 중간파에 대한 공작이 활발해져 당내 정세가 유동 상태를 상당 기간 지속해 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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