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문화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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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밤나무·호도나무의 푸르른 잎새를 바라보며 얼마쯤 가자 먼 눈에 단아한 한옥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고 민속박물관이었다.

<부석사 무량수전 연상>
하늘로 치켜진 추녀며 곡선을 그린 용마루가 언뜻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한옥이다.
이 건물이 바로 지금 한창 조성중인 문화「센터」부지에서 중심건물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건평은 불과 1백 20평의 작은 건물이지만, 우리 나라 건축미의 정수를 남김없이 담은 점에서 볼만하다. 목재는 강원도 양양의 춘양목을 사용했다.
박물관에는 우리 나라의 각종 문화재를 전시, 앞으로 이곳을 찾아올 외국인과 청년 학생들에게 긍지를 갖고 개방할 예정이다.

<부화지·축양지·유지도>
문화「센터」의 남쪽에는 묘포장과 인근 특용작물 재배장에 물을 대주기 위한 인공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이 저수지는 다만 저수에만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고 대대적인 양어사업으로도 이용될 것이라고 한다. 금년부터 각종 담수어가 사육되어 양어 20t을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있다.
이것은 30만 마리 내지 50만 마리를 헤아리는 식용어를 생산하는 양어장의 구실도 하게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수지의 한편엔 부화지 축양지 유지 등 5천 4백 평의 시설이 따로 건설된다.
저수지 제방 아래쪽이 바로 자연박물관의 하나인 식물원과 동물원이 건설될 자리였다.

<최초의 방사동물원>
작년에 경지작업이 끝난 식물원에는 조경공사가 한창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해온 희귀식물들이 보기 좋게 재배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귀한 세계식물의 아름다운 전시를 보게될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선 처음인 방사 동물원은 올해에야 경지작업을 시작했지만, 사자·호랑이·기린 등은 이미 들여와서 조련사들과 낮을 익히고 있다고 한다.
동물원 저편의 조류 번식장에서는 꿩·공작·금계 등을 기르는 일손들이 바빴다.
그 동안 정성들여 번식시킨 결과 현재 공작 1천 마리·기타 잡조 1천여 마리의 새가 자라는 중이다.
파헤쳐진 흙과 망치질 소리에도 불구하고 민속박물관의 아취에 넘친 모습과 자연 속에서 뛰노는 각종 새들은 공해에 시달리던 도시민의 머리를 깨끗이 식혀줬다.

<공작·잡조 2천여 마리>
종합개발「센터」측은 75년부터 77년까지 「세미나·하우스」와 「유드·호스텔」및 「스포츠·센터」 「뮤직·홀」등을 세울 예정이라고 「매스터·플랜」을 보여 준다.
「유드·호스텔」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올 청소년들의 수용을 위해 계획한 것이며 「세미나·하우스」등은 자연경관 속에서의 뜻 있는 문화활동의 터전으로 제공할 방침이라 한다.

<고유의 미·풍속 집약>
「뮤직·홀」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개 외국인이거나 청소년임을 감안, 민속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한식 건축미를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말하자면 차차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미적 감각과 풍속을 한곳에 집약, 자라나는 세대와 이방인들에게 널리 개방하자는 취지였다.
어쨌든 문화「센터」는 거친 외래문화의 물결에 밀려 날로 퇴색해 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완벽한 모습으로 재현시켜 놓은 『살아있는 민족예술의 장』이었다.
품위있는 조경과 함께 장중한 문화「센터」의 시설은 외국인의 눈엔 경이일 것이며 우리들에겐 커다란 문화적 긍지일 것이다. <김두겸 기자>

<차례>
①프롤로그
②경제조림
③묘포·양돈장
④문화센터
⑤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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