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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위한 디자인을 허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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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요즘 실버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의 노인들과 달리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 액티브 시니어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오로지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일부 노인 관련 용품만 유통될 뿐 일상 생활의 질을 업그레이드할 디자인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는 2017년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20%),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디자인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백종원)이 이를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 ‘100세 시대를 위한 디자인’을 연다. 6일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다. 제품 디자인 사례뿐만 아니라 경로당과 양로원 등 서비스 디자인(이정규 디자인와우 부대표), 커뮤니티 서비스 디자인(이강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 정책 방향(신윤재 서울디자인재단 시민디자인연구소 팀장) 등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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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에 감성을 더하라=해외에서는 노년층 소비자를 배려해 기능에 심미적인 요소를 더한 제품 디자인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근력이 약해진 노년층을 배려하면서 미적 감각을 더한 일상용품 디자인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아릭 레비(Arik Levy)가 디자인한 조약돌 모양의 다용도 플라스틱 병따개가 그 중 하나. 근력이 약한 사람들이 쉽게 플라스틱 뚜껑을 열 수 있도록 고안됐다.

 덴마크에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판매하는 전문 브랜드 옴후(OMHU)도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상품은 컬러 지팡이다. 지팡이를 사용자의 미적 취향을 드러내는 패션 액세서리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수도권에 250개 점포를 보유한 수퍼마켓 마루에츠는 실버 세대 소비자를 위해 쇼핑 카트를 가볍게 만들었다. 기존 9kg의 철제에서 5.5kg의 알루미늄으로 교체했다. 국내에서는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포스코의 전동 휠체어 ‘스마트체어’가 미래형 디자인으로 개발됐다. 디자인 개발회사인 디자인넥스트의 박철웅 대표는 “노년층을 위한 것이라도 앞으로는 제품에 감성적인 측면을 담아내는 게 핵심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첨단 기술을 반영하면서도 심미적인 요소를 높인 디자인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비스도 디자인해야=100세 시대를 대비한 디자인은 제품뿐만 아니라 주거 공간(환경)·커뮤니티·서비스·정책 등 소셜 서비스 디자인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자인컨설팅그룹 디맨드 김광순 대표는 “100세 시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를 넘어선다”며 “앞으로 디자인은 노년 생활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삶의 모습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년층의 학습·여가 활동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과 프로그램, 시니어타운 등 다양한 주거 시설과 요양원, 정보 및 교류 서비스와 콘텐트 개발 등을 아우르는 디자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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