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대표들의 「워싱턴」첫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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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국무성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식량농업기구(FAO) 공동주관의 식품규격회의는 닭털을 뽑아야 하고 개구리다리는 어떻게 가공해야하며 굴의 열처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한다는 등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루하기 짝없는 회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세계보건기구와 식량농업기구의 전문가들, 그리고 회원국가의 식품위생 담당관리들이며 회의의 성격도 전체적으로 비정치적이다.
이 회의에 북괴의 「유엔」대표단 소속 관리 4명이, 그것도 닭털 뽑기나 개구리다리 가공과는 인연이 먼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업저버」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국무성은 「유엔」전문기구의 활동인 이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북괴 사람들에게 「뉴요크」의 「컬럼버스·서클」을 중심으로 한 반경 25「마일」밖으로의 여행을 허가하고 공교롭게도 회의장소가 국무성 안의 회의실이기 때문에 북괴의 「유엔」대표단이 미국에 온지 1년만에 그들이 항상 입버릇처럼『미 제국주의의 침략외교의 본산』이라고 욕을 퍼부었던 바로 그 건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국무성의 한국과는 10일과 11일에 한국 기자로부터 북괴대표단의 「워싱턴」 방문허용이 북괴에 대한 미국의 태도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거듭 받고 그런 추측을 짜증스럽게, 그리고 강력히 부인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지난 7일 북괴의 회의 참석을 통고 받았고 「유엔」의 한국대표단은 그보다 30분 늦게 통고 받았다.
더구나 한국대표로 참석중인 보사부의 식품위생과장 문찬홍씨는 그런 사실을 대사관으로부터 미리 통고 받을 시간여유를 갖지 못하고 회의장에 나가 북괴 「업저버」석의, 팻말을 보고서야 알았다는 것.
4명의 북괴대표단은 「소햄·호텔」에 익명으로 투숙 중. 그들 중 박시호는 「호텔」방을 지키는지 11일 현재까지 회의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엔」 「로비」에서처럼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하는 모든 말대꾸는 김종걸이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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