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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인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월로 접어드니 현충일과 더불어 문득생각나는 이름이있다.
그러니까 벌써 7년전의일인가보다. 지금의 「손거울」난이 「청실홍실」이던 시절이다. 투고된 나의 글이 인연이 되어 많은 글들이 각처에서 날아들었다. 신문의 위력에 대해서 나는 놀라지 않을수없었다. 사실 「펜팔」이라면 과히 탐탁잖게 여겨오던 내가 그 많은 편지 중에서도 월남, 장병에게만은 위문편지랍시고 꼬박꼬박 답을 보내던 기억이 새롭다.
그중 한사람이바로 이민엽대위님이다. 몇차례인가 서신이 오가다 갑작스레 고향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소식이 두절되고 말았다. 얼마후 다시 서울에 와보니 뜻밖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내가 부재중인 사이에 이대위님의 가족중의 한사람이 편지를 보내왔다.『49일제를 지내니 참석해주십사』고….
뒤늦게 접한 전사소식에 침울해지는 심정을가눌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작동 국립묘지를찾아 나선 것이다. 그분의성함과 백마부대라는것만이 내가 알고 있는 그에 대한 전부였다. 그저막연히 묘비 사이를 누비고 다니던 중 어느 한지점에서 그만 우뚝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묘비에는 그분의 약력과 어머님의 애절한 추도의 시가 새겨져 있었다. 현충일에 즈음하여 얼굴도 모르는 그분의 명복을 조용히 빌뿐이다.
나는 67년 11월9일자「청실홍실」난에 실린 글이 인연이 되어 지금의 애기아빠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름은 바뀌었으나 「손거울」을 열심히 읽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에 젖곤한다. <송정순(서울동대문구답십리1동224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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