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체력 좋아지고 금고 두둑해 버틸 만 … 잦은 신흥국 불안은 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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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18면

“위기이자 기회다.”

테이퍼링 100억 달러 추가 … 한국 경제 영향은

최근 신흥국 외환위기 조짐에 대한 금융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 후 신흥국 위기가 재발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불안과 복합 작용하면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승준 선임연구원은 “이제는 미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서 세계 경제가 함께 회복되는 시대가 아니다”며 “우리 기업의 신흥시장 의존도가 전체 수출의 3분의 1이 될 정도로 비중이 늘어난 만큼 신흥국 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현재 홍역을 앓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반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우리 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일부 국가에서 위기가 시작되면 달러 엑소더스가 신흥국 전체로 확산할 우려도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브누아 안 신흥시장 전략 담당 대표는 “우리는 현재 금융위기 전염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선 어떤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지 선별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게 무의미하다. 당장, 그리고 모조리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

그러나 한국의 기초체력이 199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기 때문에 한국이 당시와 같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45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중국·일본·스위스 등에 이은 세계 7위 수준이다. 외화예금도 486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고를 꾸준히 채워 줄 수출 실적도 양호하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12년의 480억8000만 달러보다 47.2%나 늘었다.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3.4% 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 외채는 2012년 말 4094억 달러에서 지난해 4110억 달러로 다소 늘었지만 단기 외채 비중이 31.1%에서 27.1%로 줄어들어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다.

더욱이 FOMC의 테이퍼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FOMC에서 연준이 달마다 100억 달러 규모로 양적완화 축소를 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그 영향이 시장에 선반영됐다”며 “한국 경제에는 아르헨티나·터키 등에서 발생한 신흥국 금융위기보다 미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일본의 엔저 기조가 주춤해져 한국 수출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연초 대비 원화환율이 3%가량 약세로 전환했다”며 “반도체·철강·자동차·휴대전화 등 엔저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주력 수출기업들이 반격에 나설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30일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신흥국 금융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시중 통화량을 줄이기로 한 것은 결국 경기가 살아났다는 판단인 만큼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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