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春節<춘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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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27면

독자 여러분,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지요. 중국에선 현재 설을 ‘춘절(春節)’이라 부르지요. 그러나 과거엔 한 해의 으뜸 날 아침을 뜻하는 ‘원단(元旦)’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던 것이 청(淸)을 타도한 국민당 정부가 양력 1월 1일을 원단으로, 음력 1월 1일을 춘절로 바꿔 부르기 시작하면서 현재와 같이 굳어졌습니다. 춘절이라 이름한 것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 꽁꽁 언 대지를 박차고 일어서는 봄날의 풀처럼 활기차게 풀리기를 기원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우리는 설 아침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면서 많은 덕담을 나눕니다. 중국 사람들은 새해 아침보다는 ‘제석야(除夕夜)’로 불리는 섣달 그믐날 밤인 음력 12월 30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의 정을 흠뻑 느끼는 것이지요. 가족 모임에 음식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이때 먹는 음식을 ‘연야반(年夜飯)’이라고 하고 가장 중요한 먹거리는 바로 ‘교자(餃子)’라 부르는 만두입니다. 교자(餃子)는 처음엔 교자(交子)라 불렸답니다. 교(交)는 두 다리의 정강이가 서로 엇갈려 있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뒷날 이 글자는 서로 엇갈려 있는 모든 사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됩니다. 묵은해와 새해가 바뀌는 시각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를 가리키는 자시(子時)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교차하는 시각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음식을 교자(交子)라 부르게 됐다고 하네요. 여기에 음식물을 뜻하는 식(食)을 교(交)자에 더해 지금과 같은 교자(餃子)가 탄생하게 됐고요.

중국인들이 춘절에 건네는 덕담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건 중국어로 발음해야 느낌이 더 오는 것 같아 중국어 발음으로 적어 봅니다. ‘새해 행복하십시오’라는 뜻의 ‘신녠콰이러(新年快樂)’가 있고요, 또 ‘건강하세요’라는 ‘선티젠캉(身體健康)’,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는 의미의 ‘완스루이(萬事如意)’도 많이 씁니다. 중국인들은 아마 ‘좋은 일 많이 생기고 부자 되세요’라는 뜻의 ‘궁시파차이(恭喜發財)’를 가장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모든 말과 함께 올해는 ‘보다 여유로운 한 해가 되십시오’라는 의미의 ‘녠녠유위(年年有餘)’를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로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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