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총알직구' 살아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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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지난해 정규시즌 개막전의 파트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에서 만났던 기관총 타선이다. 그날 허벅지 부상으로 처음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나쁜 기억이 박찬호(30.사진)의 머리 속에 남아있었다. 시범경기에서의 잇따른 부진 속에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1회말 첫 타자 테렌스 롱에게 초구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맞았다.

2번타자 스콧 하테버그를 내야땅볼로 잡아냈다. 3번타자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 미겔 테하다. 테하다도 내야땅볼로 잡아냈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유난히 박찬호에게 강한 4번 에릭 차베스. 차베스는 풀카운트에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나자 게임이 풀렸다. 시범경기를 통해 줄곧 테스트하고 있는 직구의 코너워크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특유의 다이내믹한 투구폼도 돌아왔다.

2회말 저메인 다이를 좌익수 플라이, 에루비엘 두라조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마크 엘리스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에릭 번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3회 첫 타자 라몬 에르난데스에게 안타를 맞고 나서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를 노려라'는 원칙대로 홈런을 때렸던 테렌스 롱을 1루쪽 병살타로 유도했다. 모든 게 뜻대로 돼 갔다. 4회는 공 11개만으로 마무리했다.

4와3분의2이닝 동안 탈삼진 3.3안타.1실점. 78개의 투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43개였고, 직구(45개) 위주의 승부로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하는 데 주력했다. 3회초 팀 타선이 8점을 뽑아줘 승리투수까지 챙겼다. 경기는 폭우로 6회 콜드게임으로 끝나 레인저스의 8-1 승리.

벅 쇼월터 레인저스 감독은 "오늘 같은 투구 내용을 박찬호에게서 기대했다. 지난해 허벅지 부상 이후 오른쪽 다리가 일찍 무너지는 습관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게 없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찬호는 23일 월드시리즈 챔피언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다시 선발 등판한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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