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으로 유도하는 하곡수매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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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국제수지사정으로 보거나 국제식량사정의 추세로 보거나 양정 문제는 종래의 개념에서 시급히 탈피되어야할 과제이다.
국제수지가 악화되어야할 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충분히 자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식량조차 해마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비싸게 들여와야 할 이유를 찾기는 힘들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책기조가 시정되지 않는 한 식량생산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정체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인정할 때 개발전략의 수정을 전제로 해서라도 식량자급 책을 시급히 강구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며 그에 따라 농정의 기조도 식량의 자급에 초점을 1차 적으로 맞추어야할 것이다.
식량자급을 당면한 정책과제로 인정해야 한다면 당연히 양곡가격정책에 대한 자세를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양곡수급사정이나, 실제 시세야 어떻든 고시가격만 포기하지 않으면 양정은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있는 것처럼 판단하는 한 곡가 문제는 해결될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곡가 정책이 결국 증산을 저해하고야 말 것이다.
오히려 그 동안의 물가상승요인을 충분히 인정하고 그 위에 증산요인을 덤으로 가산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곡가 정책을 입안함으로써 도·농간의 소득격차확대를 방지하고 식량증산을 통한 국제수지개선을 시도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먼저 확립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지금의 쌀값 추세로 보아 정책이 이를 아무리 누르려고 해도 곡가는 효과적으로 눌러지지는 않을 것이며 그러한 쌀값 추이를 전제로 할 때 맥가 정책도 현실을 인정하는 대담성을 보여야할 불가피성에 쫓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올해 하곡수매가격을 대폭적으로 인상하고자 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문제는 그 인상률이 증산과「링크」될 수 있는 적정 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 7월 이후 지난 4월까지 전국도매물가가 43·2% 올랐으니까 올해 하곡수매가격을 45%선으로 인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그것은 상대가격체계의 개선을 통한 증산보다는 현상유지를 위한 소극적인 검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뜻한다.
즉 상대가격체계를 현상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곧 가격 면에서의 증산유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수매가격의 실질적인 현상동결과 같은 뜻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극적인 자세로 하곡수매가격을 결정한다면 결국 올해 추곡수매가격도 같은 선에서 결정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우이 작년하반기부터 뛰기 시작한 비료의 암시세가 근자에 와서는 농협공급가격의 2∼3배에까지 이르고있으며 농약 값조차 덩달아 뛰고있는 사실을 인정할 때 농업투입 재의 가격상승률이 도매물가상승률을 앞질러 농업부가가치 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도매물가에「슬라이드」시킨다는 소극적인 생각보다는 증산으로 직결될 곡가 정책이라는 각도에서 하곡수매가격을 결정하고, 그럼으로써 올해 추곡수매가격에 대한 농민의 기대를 충족시켜 쌀 생산에 자극을 주도록 유도해나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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