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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께이 신문-일 공산당 공방 6개월|법정까지 비화한「의견광고」시비 그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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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지금 일본에서는 전국상업일간지「상께이」와 공산당기관지「아까하다」가 6개월 째「조용하게」그러나「격렬한」싸움을 계속하고 있다.「조용하다」는 것은 유력한 전국 지의 하나와 정당 지 가운데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기관지가 반년 동안이나 정면 대결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다혈질」(?)의 여타 일본「매스컴」들이 이 사실을 거의 보도치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격렬하다」는 것은「상께이」(사장·녹내신강)가 발행 부수 2백만 부 대, 「아까하다」는 일간 1백만 부, 일요판 3백만 부 선으로서 쌍방의 실력이 팽팽하여 만만찮은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 어느 쪽도 이 싸움에 질 수가 없다는「배수의 진」을 펴고있기 때문이다.
싸움의 발단은 작년 12월2일자「상께이」및 「일본경제신문」에 7단 전면크기로 게재된 의견광고.
여당 자민당이 1회 광고비 5백만「엔」(일화)으로 전해지는 거금을 들인 이 의견광고는『전략, 일본공산당 앞=분명히 해주십시오』라는 서두에 이어 일본공산당강령과 역시 그들이 만든 민주연합정부강령의 차이점을 대조표를 작성, 비교하면서『같은 일본공산당이 낸 두 강령간의 모순을 많은 일본국민들은 불안한 눈으로 보고있다』고 지적,『많은 국민은 이점을 분명히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공개질문서-. 끝에 가서「자유사회를 지키는-자민당』이라 발신인까지 명시하고 있다.
이「민주연합정부강령」은 일본공산당이 절호의 대 자민 결전「찬스」로 보는 올 여름의 참의원 의원선거 때 야당의 세력을 결집, 공동전선을 펴기 위한 포석으로써 작성, 공포한 각 야당강령의 공약수다.
그러나 공약수를 마련하는 데만 지나치게 치중한 때문에 그 내용이 원래의 일본공산당강령과는 여러 점에서 차이를 드러냈고, 자민당이 재빨리 이 허점을 찔러 반격을 가한 것.
일본공산당강령과 민주연합정부강령(괄호 안)의 요점을 구체적으로 비교해보면 ▲국회=반동지배기관을 인민봉사기관으로 대치, 혁명조건을 유리 화(총선거에 의한 정권교체) ▲자위대=해산요구(규모감축 및 기지축소) ▲미일안보조약=일체의 매국적 조약·협정파기(국회 승인을 얻어 미 측에 종료의사 통보 ▲경제=중요산업의 국유화 지향 (중요산업의 국유화에 신중히 대처) ▲천황제=불인정 (인정)등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자민당 측은 민주연합정부강령이 일본공산당강령을 완전히「정형수술」한 것이라 지적, 정형수술로 일그러진「미야모도」위원장의 얼굴을 만화로 그려 광고「스페이스」의 절반 크기로 넣으면서 진짜 얼굴은 어느 쪽이냐고 야유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공산당은 과격한 혁명강령 대신 평화적 정권교체와 천황제 존속, 지나친 국유화 자제 등을 표방, 타협해서라도 유권자의 두려움을 가능한 한 해소하는 한편 야당공동전선의 소지를 닦아 이번 선거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자민당에 이겨야겠다는 것이 이렇듯 모순된 강령을 결과한 것이며 반대로 자민당은 이를 방치하면 야당이 결속하며 유권자 또한 공산당의 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고 판단, 10억「엥」광고예산을 책정, 의견광고를 통한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이를 탐지한 일본공산당 측의 대신문사 항의 및 분쟁에 휘말려 들것을 염려한 신문사들의 조심스런 자세로 해서 결과적으로 이 광고를 게재한 곳은「상께이」와 「일본경제신문」양 사 뿐-.
그러자 일본공산당은 보복조치로서 양사 기자에 의한 일본공산당 단독취재 및 당 본부 출입을 금지(각사 공동기자회견 제외)하는 한편 기관지「아까하다」에 양사를 비난하는 글을 연일 대서특필해 왔으며 그들에 동조적인 문화인들의 집회 등을 마련, 규탄하는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일경」은「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침묵을 지킨 데 비해「상께이」측은 「부당한 취재거부」를 반박하면서『적당한 광고비만 내면 자민당에 반론하는 공산당의 의견광고도 실어줄 용의가 있다』고 응수, 『헌법 제21조(표현·결사의 자유)정신에 따라 광고지면을 개방, 게재한 의견광고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역시 각종 강연회를 마련, 맞서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은『이 의견광고가 일방적으로 당을 공격, 명예를 훼손한 것이며 광고라는 명목으로 일간지 지면을 매점 하는 것은 금권에 의한 신문의 사물 화』라고 비난, 공산당 측 반론을 무료 게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쌍방의 논쟁은 점차 전면전쟁으로「에스컬레이트」, 일본공산당 측은 침묵을 지키는 「일경」을 공격대상에서 빼고「상께이」에만 초점을 겨누어「우익·반 동지」라 격렬히 규탄했으며 이를 받아「상께이」측은『터무니없는 비방·공격에 마음속으로부터 분노를 느낀다. 인내에도 한도가 있다』고 역시 강경한 자세다.
그러자 지난 2월 공산당은「반론의 무료게재와 반론게재가 지연되는 하루마다 30만「엔」의 손해배상을 할 것」등을 내용으로 한 가처분을 동경 지재에 신청, 싸움은 법정으로 비화하여 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여타「매스컴」들의 태도. 일본의 유력한 신문과 방송들은 지금껏 이 싸움을 한 줄도 보도치 않은 채 침묵하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 오히려 월간지「문예춘추」「제군」「자유」「재계」등이 이를 보도하는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신문협회 등도 완전히 방관하는 자세다.
이들이 침묵·방관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많다. 그러나「뉴요크·타임스」도 게재하고 있는「의견광고」시비. 특히 법정투쟁의 초점도『문제의 의견광고가 중상·비방에 해당하느냐 여부』에 모아지고 있는 등 싸움자체가 한 두 신문만의 문제의 범위를 넘은 전체신문의 문제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방관만 할 것인가, 법정에서 1차 승패가 가려져도 묵살할 것인가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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