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 경험은 황홀한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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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황한나(24)씨는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예상보다 일찍 서울 하얏트 호텔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다음날 열릴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신차발표회'의 예행 연습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비로소 신차발표회 도우미로 첫 데뷔한다는 사실에 하루종일 흥분했다.

황씨는 "자동차 이벤트는 모든 도우미의 꿈입니다. 지난달 있었던 면접에서 '자신 있으니 한번만 맡겨달라'고 당차게 말했던 것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뽑힌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올해로 도우미 경력 4년째. 키가 1m68cm로 작은(?) 편이어서 주로 백화점 행사나 가전제품 등의 전시행사에서 활약했다.

이벤트회사인 '그루'에서 인력을 관리하는 조은하씨는 "내레이터 모델 등 이벤트 도우미로 활동 중인 인원은 약 3만명"이라며 "특히 모터쇼 등 자동차와 관련된 이벤트는 인기가 높아 한두달 전 실시되는 채용면접에 구름떼처럼 몰려들 정도"라고 덧붙였다.이번 신차발표에서는 19명의 도우미가 최종 뽑혔다.

이날 행사에 나설 도우미가 모두 모이자 '오피러스'에 대한 상세한 교육에 들어갔다.

자동차 행사는 처음인 황씨는 안내테스크에서 의전을 담당하게 됐다. 그녀는 포즈를 취하는 모델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아요. 이번에 하는 일이 앞으로 제 경력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궂은 일도 해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황씨와 함께 의전을 맡은 도우미는 10명이었고 나머지 9명이 자동차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델 역을 맡았다. 오피러스는 3천5백㏄급 최고급 승용차. 그만큼 모델들 또한 깜찍하고 귀여운 인상보다는 고급스럽고 지적인 이미지가 선택됐다.

황씨의 눈길은 당연히 주무대의 모델로 뽑힌 최혜영(23)씨에게 쏠렸다. 키 1m74㎝에 5년째 자동차 발표회장에 서온 최씨는 이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손꼽힌다. 레이싱걸로 더욱 잘 알려져 있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7천여명의 팬클럽을 확보할 정도다. 어떤 자동차건 그 차에 가장 잘 어울리는 포즈를 취한다는 평이다.

최씨는 "매일 두시간씩 헬스클럽에서 몸매를 관리한다"며 "프로의식을 갖고 자기관리에 충실한다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올 거예요"라고 부러워하는 황씨에게 말했다.

발표회 당일인 지난 12일.

황씨는 오전 8시 호텔에 도착,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그야말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전날 밤 늦게까지 오피러스에 대해 세세하게 공부한 덕에 내방객의 질문에 무리없이 답할 수 있었다. 황씨는 일당 12만원을 챙기고 나서야 다리가 퉁퉁 부어오른 것을 느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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