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436억원 … 한국 ‘땅콩’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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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잡’의 주인공 말썽꾸러기 다람쥐 설리.

한국·캐나다 제작사가 손잡고 만든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원제 The Nut Job, 피터 레페니오티스 감독, 이하 ‘넛잡’)이 미국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넛잡’은 지난 17일 북미 전역 34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해 2주 연속 주말 흥행 순위 3위를 지키며 26일(현지시간 기준)까지 4027만 달러(추정치, 약 436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전에 한국영화 ‘디 워’(2007)가 2275개 극장에서 개봉해 1095만 달러를 벌었던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넛잡’은 땅콩 가게를 터는 말썽꾸러기 다람쥐 설리의 모험담이자 성장 이야기다. 한국 제작사 레드로버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레드로버 하회진 대표는 “8년 전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조사를 해보니, 그때까지 미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80%가 제작비 이상의 극장 수입을 냈다”며 “한국 시장이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밖에 안 되는 만큼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래 3D 모니터 제조업체였던 레드로버는 2006년 무렵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렸고, 캐나다 제작사 툰박스와 손잡았다. 이후 두 제작사가 함께 만든 TV애니메이션 ‘볼츠와 블립’(2010)은 미국·캐나다·한국 등에 방송됐고 극장판(2012)도 나왔다.

 ‘넛잡’ 제작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캐나다 출신 레페니오티스 감독이 2005년 만들었던 단편 애니메이션의 다람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할리우드 고전영화 ‘이탈리안 잡’ 같은 도둑질 이야기를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순제작비 450억원은 대부분 한국에서 조달했다.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젝트에 선정돼 받은 6억원을 종잣돈 삼고, 한국수출입은행에서 70억원을 융자받았다. 특히 지난해 4월 할리우드 배급사 오픈로드가 북미 배급을 맡기로 결정하면서 투자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회진 대표는 “할리우드에서 안정적 배급망을 확보했다는 것, 리암 니슨·캐서린 헤이글·브랜든 프레이저 등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한다는 점을 내세워 국내 여러 창투사에서 투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오픈로드가 북미 홍보비 3200만 달러 중 2500만 달러를 직접 투자해, ‘넛잡’은 한국·캐나다·미국의 합작품이 됐다.

 북미 흥행에 힙입어 ‘넛잡’ 2편 제작 계획도 발표됐다. 2016년 1월 개봉이 목표다. 두 제작사는 그 사이 또 다른 극장용 애니메이션 ‘스파크’도 제작 중이다. 우주판 서유기를 컨셉트로 한 작품으로, 160억원을 들여 올해 10월쯤 완성할 예정이다. ‘넛잡’은 29일 한국에도 개봉한다. 전체관람가.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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