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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대출금 중 10억 해외 도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부정 융자의 장본인 박영복 (39)은 그가 변조 수출 신용장으로 은행에서 빼낸 수출 자금 가운데 10억원을 이미 해외에 유출, 도피시킨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또 박이 「홍콩」의 중국 연합 은행 (UCB) 발행 명의의 위조 신용장으로 수출 자금을 빼 돌리는데 배후 역할을 한 인물은 「홍콩」거주 교포 「오퍼」상인 「그레이트·오션」 (대양 통상) 대표 김경평씨 란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의 조직과 공모, 「홍콩」에서 변조 신용장을 만들어 가져와 국내 은행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박이 수출 자금을 국외로 빼 돌리는데 해외에 거주하는 김경평씨 외에 국내에도 측근 관계자가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관계 기사 6·7면에>
박영복의 서울 은행 부정 관계 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특별 수사부 4과 윤영학 부장검사는 구속 중인 박씨가 서울 은행에서 대출 받은 18억6천4백여만원 중 적어도 10억여원을 외화로 「홍콩」에 도피시켰다는 확증을 잡고 관계 기관을 통해 박의 비밀 예금 구좌를 찾는 등 자금 은닉처의 수사를 했으며, 나머지 8억원 가량이 국내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고 국내 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가 지금까지 사용한 1백17장의 변조 신용장에 나타난 수입 상사는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머켄다일」 「드래건즈·트레이드·컴퍼니」「그레이트· 오션」 상사 등 5개사.
검찰은 박의 자백에 따라 변조 신용장 제공자로 등장한 「홍콩」의 이상태씨에 대한 조사를 했으나 「홍콩」 거주 교민 명단에는 없으며 법무부 출입국 관리국에 조회 결과 똑같은 이름이 20여개가 나타나 「이상태」란 이름은 박이 즉흥적으로 지어낸 가공 인물이거나 아니면 가명을 썼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상태」는 중간 인물로 「홍콩」∼서울간을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박의 배후 인물인 김경평씨 밑에는 다른 하수인 1명이 「에이전트」 (선적 검수원)로 국내에 자주 드나들며 그 동안 박의 수출 관계를 지시한 흔적이 엿 보인다는데 그 사람이 바로 박이 말하는 「이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은 당초 작년 1월20일 「홍콩」의 「머켄다일」 상사와 모피 제품 등 5백35만6천「달러」 어치를 수출한다는 명목으로 특수 조건부 신용장을 개설한 뒤 동 신용장으로 수출 등 융자가 불가능 하자 작년 3월 중국 연합 은행 (UCB)의 수출 신용장 93장을 위조하여 서울 은행으로부터 18억여원을 부정 용자 받은 것인데 이때 대양 통상 대표 김경평씨와 짜고 신용장에 기재된 「밍크」 털 대신에 값싼 산토끼 털에 물감을 점점이 찍어 묻힌 원자재를 국내에 보냈다는 것.
박은 이 가짜 원자재 수입 자금으로 「홍콩」의 중국 연합 은행 (UCB)에 보낸 2백50만 「달러」 (한화 10억원 상당) 중 9억여원을 빼돌려 그의 비밀 구좌에 넣음으로써 귀중한 수출 자금을 해외에 도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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