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황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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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최대 통신기업 KT가 27일 황창규(61·사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맞는다. KT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황창규 회장 후보자를 CEO로 공식 선임한다. 황 회장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16일 KT CEO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된 이후 한 달여 동안 KT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몰입했다. 세계 반도체 역사를 다시 썼던 황 차기 회장이 직원 수만 6만 명이 넘는 ‘통신 공룡’ KT에서도 ‘황의 법칙’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황 차기 회장은 KT의 본업인 통신 시장에서 기초체력부터 챙길 것으로 보인다. KT는 탄탄한 유선 통신 기반을 가진 국내 최대 통신기업이지만 이동통신 시장에서 주도권은 SK텔레콤에 빼앗긴 지 오래다. KT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지난해에만 52만 명 줄었다. 2011년 경쟁사들보다 5개월이나 LTE 서비스를 늦게 도입한 데다, 전임 회장이 ‘탈통신’을 내세워 비통신 사업에 더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황 차기 회장이 ‘잃어버린 52만 명’ 회복에 나서면 이통 시장 1위인 SK텔레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시절 라이벌이자 서울대 전자공학과 72학번 동기인 임형규(61)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이 SK그룹의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영입돼 경쟁은 더 뜨거워졌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50.2%를 확보한 SK텔레콤의 수성 의지를 황 차기 회장이 얼마나 무너뜨릴지가 관건이다. 둘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SK텔레콤은 LTE보다 네 배 빠른 3밴드 LTE-A 기술을 개발하며 기술 리더십을 재확인했다. KT도 26일 일반 DMB보다 화질이 10배 이상 좋은 고품질 동영상을 끊김 없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기술(LTE eMBMS)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고 발표하며 대응했다.

 황 회장은 방만한 조직 정비에도 서두를 전망이다. 그동안 TF팀을 만들어 취임 직후 단행할 임원인사안과 조직개편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으로 일할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서 배운 것은 사람과 연구개발(R&D)이었다”고 말할 만큼 인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해 12월 사업별 업무보고 때 황 차기 회장은 “KT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임원들이 앞장서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며 조직을 긴장시켰다. 당시 황 차기 회장은 고위 임원들에게 “KT의 영업이익률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단 황 회장은 전임자 시절 600명(자회사 포함)까지 늘어난 임원 수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높다. 외풍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지난해 12월 임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그는 “외부로부터의 인사청탁을 근절해야 한다”며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벌써부터 KT 부회장 자리에 외부 인사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KT 회장 후보로 낙점된 직후 황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험을 통신산업으로 확대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며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평소에 도전정신을 강조해온 황 차기 회장이 헬스케어·사물인터넷 등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 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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