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 치르는 유러달러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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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러달러 시장이 일대변혁을 치르고 있다. 아랍 석유 달러가 대거 상륙하고 뉴요크 금융시장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유러달러 시장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된 것이다. 유럽 금융가는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유러달러 시장은 이미 2, 3개월 동안 비정상적 상태에 놓여있다.
4배로 된 유류가가 결정적 요인이었으나 국제금융 재원으로서의 뉴요크 달러 시장의 재개 또한 이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몇 달째 비정상적>
1년전만 해도 뉴요크는 유럽 금융가로부터 원성의 대상이었다. 달러시장인 뉴요크는 유럽 기업들에는 전혀 폐쇄적이었다.
그 여파로 달러를 포식하는 일본 은행들에 지나친 경쟁을 벌이면서까지 달러를 대주는 곤욕을 치러야만했다.
미국·유럽·런던·일본으로 대표되는 국제금융시장을 차주·마진·금리의 입장에서 검토하면 유러달러 시장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알 수 있다.
먼저 차주의 입장에서 볼 때 2년전과는 대조적으로 유럽과 일본의 모든 경제 주체(정부·기업 등)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차주로 재등장하고있다.

<차주들 유럽 집착>
그런데 이들 경제주체 중 일부(주로 미국업체)가 뉴요크 시장으로 향하고있으나 프랑스가 유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거액의 차관을 요청한 것처럼 대부분 유러달러 시장에 집착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모두 2백29억 달러에 달하는 중기 유러달러를 차관한 저개발국들은 앞으로는 우선권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랑스 은행단의 주선으로 수단에 2억 달러 차관을 이미 결정한바있다.
유러달러에 대한 차관이 얼마이든 간에 그 재원이 바닥날 리는 없다.
왜냐하면 아랍 거상들은 통화를 보유함으로써 생기는 위험부담을 덜고 정치적 영향을 안 받기 위해 유류 재산에 더욱 집착하는 한 달러는 계속 유럽에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부 미국 기업들은 익금을 본국에 송금하는 경우 고율의 세금을 물기 때문에 유럽에 달러를 축적시키고있는 실정이다.
다음 마진에 있어서 아랍 유류 자본이 유러달러 시장에 대량 유입되고 다시 뉴요크 시장에 환류되어도 올해 그 마진은 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리는 작년 수준보다 훨씬 낮을 전망이다. 미국 금리가 이미 상당수준 낮아졌다. 결국 금리인하 수준은 전세계적인 경기후퇴를 어떻게 피하느냐에 달려있다.
작년과 비교해서 현저히 다른 점은 유러달러 예금금리가 다른 어떤 유럽 통화보다 낮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뉴요크의 금리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문제다.
유러달러와 미국내의 달러 사이의 마진폭은 벌써 좁아졌다.

<단기금융에 치중>
특히 유럽 금융가에서는 뉴요크 재계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보느냐하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는 유러달러 시장은 전적으로 단기 국제금융시장에 얽매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유럽 금융가는 이미 확고한 기반을 구축, 고객과의 관계는 아주 밀착되어 그 위력이란 놀랄 만한 것이다.
달러화에 대해 미국이 통제를 해제했으나 뉴요크와 유럽인을 동일보조 위에 올려놓지는 못했다.
유럽 은행들은 30일 만기 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불할 수 있으나 뉴요크 은행들은 불가능하게 돼있다.
또 뉴요크 은행들은 유럽은행과는 달리 단기 달러기금을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 은행들은 국내외 채무에 대해 준비금 제도(현행8%)를 채택하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보증시장으로서의 뉴요크는 유럽보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뉴요크는 오랫동안 폐쇄된 국내 자본시장이었으나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유러달러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 반면 앞으로 유럽의 차주들 또한 뉴요크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 이코노미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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