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중흥과 민족문학』-한국문인협·펜·클럽 주최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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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문인협회와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가 공동 주최하는 『문예중흥과 민족문학』이라는 주제의 문학 심포지엄이 9일부터 11일까지 크리스천·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 심포지엄은 한국문학의 주체성이 어떻게 확립돼야할 것이며 민족문학의 길은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전체문인의 공동토론장으로서 오늘날 우리 문학인들은 과거·현재·미래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줄 것 같다. 심포지엄의 주제 텍스트를 요약, 정리해본다.-편집자주>
이 심포지엄의 주제가 민족문학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느니 만큼 주제 발표자들은 민족문학의 의의와 그 방향, 민족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에 대한 개념정립에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김동리씨는 민족문학을 인간주의 문학의 하나로 보며 인간주의 문학의 특성은 「인간성의 옹호」와 「인간성의 탐구」로 요약된다고 말한다. 김 씨는 한때 우리 문단에서 민족문학을 민족주의 문학 또는 계급주의 문학으로 이끌어 가려는 일부 움직임이 많았지만 이것은 오류라고 지적하고 우리 나라의 민족문학이라면 그 본질에 있어 한국인의 전형 즉 한국인 상을 그리는 문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인의 전형을 그리는데 있어서는 대체로 충의지사라든가, 무용에 뛰어난 인물이라든가, 효도나 구도에 철저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한국인의 특성을 전하는데 적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한국적인 고유한 정신의 흐름을 찾는 작업이 선행돼야한다는 것이다.
백철씨는 민족문학의 개념을 「주체성의 문학」이라고 말했으나 주체성의 뜻은 천편일률의 일반화 추상적인 뜻이 아니라 문학에 있어서의 주체성이란 「전통의식의 문학」·「전통위주의 문학」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민족문학이란 그저 좁은 의미에서 자기전통의 토양에서만 생성 발전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동시에 그것은 밖으로 세계문학의 질과 수준과의 상호연락 속에서만 커지고 풍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백씨의 견해. 따라서 우리의 민족문학의 당면과제는 세계성 획득·세계적인 진출이라는 것이다.
백씨는 앙드레·지드의 국민문학론을 인용하면서 지방성과 세계성·민족문학과 인류문학의 상관관계와 마찬가지로 진실로 민족적인 문학이면 동시에 세계문학성을 책동하는 필연성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구상씨는 이제까지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는 시사적이고 관념적인 논의로 시종했기 때문에 고금을 통한 민족문학의 질과 양의 실체나 가치체계에 대한 명백한 제시가 없었고 민족문학 사관의 정립에 의한 새로운 창작방향에 대한 추구가 없었기 때문에 허다한 오해를 일으켜왔다고 주장하고 우리 민족문학의 개념출발은 3·1운동을 치른 대중적 내셔널리즘과 민주주의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국수주의적이고 복고적이고 교조적이고 전력지향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또 오늘날에 있어서의 명제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민족문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는 주제는 아니지만 김윤성씨는 『문인의 현실참여와 국가관』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문학에는 사회와 국가와 시대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가지 태도가 대립하고있는데 그 하나는 언제나 사회·국가·시대를 명확하게 의식 속에 두고 자기자신을 그 올바른 반영이고자 하는 문학의 태도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들을 별로 의식에 두지 않고 오직 한곬으로 넓은 의미의 인간인 「자기」에만 충실코자하는 문학의 태도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문학에 있어서 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며 문학이 의식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문인이 현실에만 사로잡힌 노예가 되지 말고 대상의 밑바닥까지 꿰뚫고 보는 「자유로운 눈」을 가진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한편 박목월씨는 「언어생활을 통한 민족주체성의 각성」「국어의 순화」니 「외래어의 절도 있는 수용」이 우리 문인들의 당면한 과제이며 그것의 극복과 성취가 우리 문인들의 사명이라고 지적하고 그것을 위해서 「외래적 사고방식에 대한 반성」「말의 새로운 주조자로서 시인의 대 사회적 자각」「국어의 완성자로서 문인의 적극적인 참여의식」등을 촉구했다.
외국문학의 수용자세에 대해 여석기씨는 일반적으로 외국문학 특히 서구작품을 우리말로 옮겨 놓는 작업은 언어의 구조적 특성·생활감각의 차이에서 유래하는 문체이전의 문제와 시대감각에 따르는 표현의 이동이 다같이 수반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 씨는 이어 서구문학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피아의 문화적 배경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이해·해석하자는 태도가 부족했고 또 그 면의 인식이 미흡했기 때문에 그것을 넘어서는 세계문학의 보편성에대한 근원적 공감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서정주씨는 『시정신과 민족정신』,모윤숙·박영준 양씨는『내가 쓰고싶은 민족문학』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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