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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미국을 베트남전 수렁에 빠뜨린 '헛똑똑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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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고의 인재들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송정은·황지현 옮김
글항아리, 1104쪽
4만8000원

“머리 좋은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다”는 케네디의 신조였다. ‘하버드 클럽’이라 불리던 최고의 엘리트로 외교안보팀을 꾸렸다. 그러나 미국은 1961년 쿠바 침공 실패로 망신을 당했다. 베트남전 개입의 결과도 악몽이었다.

 『최고의 인재들』(원제 『The Best and the Brightest』·1972)은 1960~1965년 베트남을 무대로 케네디·존슨 행정부 엘리트의 자만심이 부른 파국의 시작을 그렸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역사를 무시하고 계량화된 목표에 집착했다. 직업 공무원들과도 충돌했다. 이 책은 ‘더 베스트 앤드 더 브라이티스트’(가장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들)라는 말을 ‘최고의 헛똑똑이’를 의미하는 관용어로 만든 국제관계사의 고전, 필독서다.

 저자 데이비드 핼버스탬(1934~2007)은 미국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기자·사학자 중 한 명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밥 우드워드 기자는 그를 ‘미국 기자들의 대부’라고 평가했다.

 핼버스탬은 하버드대 학생 일간지 ‘더 하버드 크림슨(The Harvard Crimson)’의 편집국장을 지냈다. 1955년 대학 졸업 후 출세 코스 대신 남다른 선택을 했다. 민권운동이 막 시작된 남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60년 뉴욕타임스로 옮겨 1962~64년 사이공 특파원으로서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케네디는 압력을 넣어 그를 해고시키려고 했지만 핼버스탬은 베트남 보도로 64년 퓰리처상를 받았다.

 책의 메시지는 부패한 남베트남 정부가 ‘남베트남 민족 해방 전선’ 즉 베트콩과 북베트남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을 잃은 책임을 뒤집어 쓰고 있던 민주당 정부에게 베트남에서 발 빼는 게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민주당은 공산주의에 관대하다는 용공 시비에 휘말리는 것도 두려워했다. 이에 대해 핼버스탬은 미국이 베트남에서 상대하고 있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반식민주의·민족주의라고 주장했다.

 핼버스탬은 ‘인물 묘사(portraiture)’의 달인이었다. 말문을 떼게 하는 데 래리 킹 못지 않은 재주가 있었다. 『최고의 인재들』 또한 2000쪽 분량의 인터뷰 500회를 바탕으로 했다. 한국전을 다룬 『콜디스트 윈터(The Coldest Winter·2007)』를 포함 21권의 책을 썼다. 그 중 3분의 1은 주제가 스포츠다. 핼버스탬은 농구의 전설 줄리어스 어빙이 한 이 말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내키지 않는 날에도 일하는 게 프로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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