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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코스 따라 봄 따라-제4구간 대전∼천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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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호남평야를 종단한 봄나들이는 백제의 회고 속에 대전∼천안간 철 이른 봄길을 달린다.
화신 만발한 호남평야를 달려온 봄 나그네에겐 꽃망울뿐인 진달래가 아쉽겠지만 천안까지 2백릿길은 그래도 봄길.
대전 시가지를 벗어나 만년교를 지나면 널찍한 들만에 밭이랑을 일구는 농부들의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고 온천으로 이름난 유성이 아지랭이 속에서 나타난다.
「바통」을 이어받은 제2주자가 파릇파릇 싹트기 시작하는 포플러를 누빌 때 종달새가 두 세 마리-.
「봄의 찬가」로 경호 가족을 반긴다.
코스 왼쪽으로 그 옛날 뭇 지인을 길러낸 쌍청당·동춘당·송애당을 굽어보며 꼬불꼬불한 구릉 지대를 달리다 보면 외삼일구와 대평리 일대가 온통 포도밭, 한 여름의 달콤한 미각을 약속하며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외삼일구∼대평간의 제3소구간이 포도밭 코스라면 대평∼연기간 제4소구는「비닐·하우스」로 뒤덮인 코스, 토마토가 나온 건 벌써 2개월전 이야기고 4월중순 쯤이면 수박과 참외가 선을 보인다.
길이 1천2백m의 금남대교를 건너서면 학의 군무가 노송 속에서 펼쳐지는 감성리 마을-.
한때 자취를 감췄던 두루미며 왜가리가 경호역전대회가 시작된 71년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며 눈부실이 만큼 흰 날개로 창공을 가른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욕망을 참으며 얼마쯤이나 달렸을까. 임진왜란 때의 의장 박천붕과 네 아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충신문이 오가는 나그네의 눈길을 끈다.
제5중계점인 연기군의 남면 갈운리는 서울과 공주로 갈리는 삼거리, 한가한 봄나들이라면 백제의 고도로 빠지겠지만 경호의 건각들은 일로 북으로-.
봉암 방죽을 비켜나 연봉산의 비탈길을 오르면 따스한 양지쪽에 몇송이 진달래가 봄처녀의 볼인양 붉게 물들고, 조치원까지의 복숭아밭이 4월의 무릉 도원을 앞둔 채 조용히 숨을 쉰다.
새로운 중계 지점인 전동으로 치닫는 제6소구 7.4㎞「코스」는 S자로 된 내리막 길, 청남리 개미고개 일대의 국토 가꾸기 사업장에서 들려 오는 해머 소리를 벗하며 전의에 이른다. 그 옛날 원효대사가 입산 수도했다는 동혈사를 왼쪽에 둔 채 한동안 달리면 마지막 중계지점인 소정리에 이르고 뒤이어 구조 개선 마을인 전곡면 운당리-.
소를 기르는 농가는 소만을, 돼지를 키우는 집은 돼지만을 사육하는 구조 개선 마을도 집집마다 송아지와 새끼돼지의 귀여운 재롱이 한창이다.
이마에 구슬 같은 땀을 홀리며 역주하는 마라토더들은 80.2㎞의 제4구간을 달려 어느덧 천안, 물 오른 능수버들가지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건각을 반긴다. <대전=이민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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