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싸우려 한국산 T-50 구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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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알 모사위 주한 이라크대사는 이번에 한국에서 사들인 경공격기는 이라크의 ‘무장’이 아니라 테러 집단과의 싸움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김상선 기자]

약한 주변국을 침략해 점령하고, 이웃국가와 수년 간 전쟁을 벌였다 실패했다. 결국 전쟁을 이끌었던 국가지도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 얘기는 이라크의 현대사다.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 이란과 10년 전쟁을 벌였고 쿠웨이트를 일시 점령했다. 그러나 군사도발은 실패했고 후세인은 2006년 결국 사형당했다.

 21일 칼릴 알 모사위 주한 이라크대사를 만났다. 이라크는 지난해 말 한국산 초음속 경공격기 T-50IQ(24대·11억 달러)를 샀다. 주변국을 침략해 고통을 안긴 게 불과 30년 전이다. 그런 이라크의 무장에 이웃국가들이 반발하지는 않을까.

 이에 알 모사위 대사는 “그동안 이라크가 과거와의 철저한 결별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반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몇 차례나 후세인 정권과의 단절을 강조했다. “불행한 독재자의 그릇된 판단 때문에 이웃나라를 침략했고 고통을 안겼다.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의 이미지·경제·인프라·평화 등 모든 걸 앗아갔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과거 후세인 시대에 수많은 폭력을 자행했던 지도급 인사들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알 모사위 대사 역시 과거 후세인 정권 시기에 영국에서 반체제 학생 운동을 이끌었던 경력이 있다. 이후에는 주로 기업인으로 활동했다.

 이라크가 경공격기를 구입한 이유는 테러와 싸우기 위해서다. 그는 “이라크는 2003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대부분의 군 전력이 붕괴됐다. 국경이 허술해지면서 아랍 각지에서 테러집단이 이라크로 들어왔다. 이라크는 현재 전 세계를 대신해 대테러전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영국·프랑스 등 유수의 국가들도 무기를 팔기 위해 뛰었지만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라크에서 한국은 신뢰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각종 전쟁 시기마다 모든 외국인들은 일손을 놓고 도망갔지만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프로젝트를 마칠 때까지 이라크를 떠나지 않았다”며 “이라크 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는 오랜 전쟁으로 교육·의료·교통 등 모든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바그다드 간 직항 항공로를 재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 대사로 부임한 그는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에 대해 “사람들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꼽았다. 또한 “쉽게 화내고 쉽게 풀리면서 친해지는 성격이 이라크 국민과 비슷하다. 양국 국민들이 만나면 금방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유성운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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