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자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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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 한해동안 3억2천2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72년 대비 1백27%의 수출신장률을 보였던 전자제품업계가 이미 3개월째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올들어 2월말까지 5천여만「달러」의 수출실적이 있지만 이것은 작년도 계약분이고 지난 12월이래 신규계약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
정부는 올해 전자제품수출목표를 작년실적의 2배가 넘는 6억5천만「달러」로 계산하고 있으나 최근의 수출부진으로 이미 20%이상의 차질을 내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자제품업계가 이처럼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원자재 가격상승·유류파동 등의 여파로 가격체제에 혼란이 야기된 때문.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전자제품은 TV·「라디오」·녹음기 등 10여종의 전자기기와 「콘덴서」·「스피커」·「바리콘」등 50여종의 부품인데 이런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재품목은 12만개에 달한다.
이중 국내조달품목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수입에 의존하는데 유류파동·통화파동·국제「인플레」등 요인이 겹쳐 이들 잡다한 원자재가격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이 때문에 제품가격도 안정을 잃어 결과적으로 수출의 길을 막고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인기수출품목이던 TV(흑백 12「인치」)의 경우 원자재가격상승으로 수출가격은 종래의 대당 50∼55「달러」에서 65「달러」선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나 주요수입선인 미 측의 「바이어」들은 이를 인정치 않고 종전가격을 고집하고 있어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적자를 감수하며 수출을 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금성사는 이미 TV수출을 중단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등도 수출중단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3월 들어 각종 원자재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있어 새로운 가격체계가 형성 되는대로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동안의 공백에 따른 주름은 상반기 중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동안 전자제품은 주요 수출국이던 일본이 「엔」화 절상·국내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반면 한국은 값싼 노동력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유망 수출업종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이런 유리한 조건을 좇아 작년 한해동안 40여개의 전자제품회사가 새로 생겼으며 그중 50%는 미국·일본 등의 직·합작회사였다. 현재 전자제품 「메이커」는 1백50개사에 달하고 있다.
지난 1년동안 전자제품수출업계는 상대적인 수출경쟁력의 강화와 국제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증가, 새로운 외국인투자회사들이 대부분 자기시장을 갖고 있어 수출시장이 확대된다는 점등 유리한 여건으로 인해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이번의 시련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12만종에 달하는 부품의 효율적 관리기술의 개발, 다양한 자재를 대량 수입하는 경우 수입 면장의 작성에만 며칠씩 걸리는 혼란을 막기 위해 전자계산기의 활용 등이 시급하다.
둘째 해외기술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 전자제품은 우리 독자의 기술이 거의 없는 실정이므로 합작선인 일본이나 미국의 대「메이커」의 지배를 받으며 수출시장의 확보에도 제약을 받는다.
세째 대량생산체제에 의한 관리경험의 부족으로 값싼 노동력에도 불구하고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해 제품「코스트」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업계의 반성이다. 수출경쟁 대상국가인 대만의 경우 한국보다 「코스트」가 낮고 제품가격은 5∼10% 비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관련공업의 개발, 새로운 시장개척 등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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