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맹장위치는 남녀가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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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어느 쪽이 아파?』 『오른쪽이야』
『맹장염인가 보다. 맹장이 남자는 오른쪽에 달려있고 여자는 왼쪽에 달려있대.』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중·고등학교에서 생물을 배운 사람이건 아니건, 심지어는 대학을 나온 사람까지도 맹장이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에 붙어 있다는 식으로 알고 있는 예가 흔하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남자 여자 구별없이 맹장은 오른쪽에 있다. 성징을 제외하고는 해부학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다를 바 없다.
엉뚱하게도 맹장이 왼쪽에 붙어 있는 사람이 있다. 물론 기형으로 지극히 드문 예외일 따름이다.
남자건 여자건 맹장염을 앓게되면 오른쪽 하복부가 아프기 마련이다.
사실 맹장염이란 말조차 잘못된 것이다. 충수돌기염이 옳다.
충수돌기는 작은창자의 마지막 부위에서 큰창자로 되는 첫 머리 맹장부위에 붙어 있는 지렁이 모양의 장관으로 길이가 6, 7㎝쯤 된다. 이 충수돌기에 생기는 염증이 바로 충수돌기염인데 사람들이 맹장염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다.
맹장염의 특징적인 증상은 복통. 처음에는 명치끝 부위가 슬슬 아프다가 점차 오른쪽 아랫배의 맹장부위에 격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통이 심해져 나중에는 발걸음을 떼기조차 어려워진다.
구토는 발병초기에 나타나나 이틀이상은 지속되지 않는게 보통이다. 식욕이 없어지고 트림이 나며 혀에 이끼가 끼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치료원칙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외과적 수술이다. 때때로 수술을 받지 않고 약물요법으로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극히 위험스럽다.
수술시기를 놓쳐 곪은 충수돌기가 터져서 무서운 급성복막염을 일으킨 예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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