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무장강도 격증…"은행 있는 한 「갱」존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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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년 연초부터 「프랑스」에는 무장강도가 횡행, 「파리」는 1920년대의 「시카고」가 되어간다느니, 현재의 「뉴요크」에 가까운 범죄소굴이 된 것이라느니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기관총이나 단총 등 중무기를 사용한 강도사건 의 경우 71년에 34건, 72년 51건, 73년 92건으로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무장 강도의 95%나 되는 은행강도는 71년 4백 39건, 72년 4백 90건, 73년 7백 76건으로 이 역시 급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프랑스」경찰은 『은행이 존재하는 이상 은행 「갱」이 존재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냐? 은행「갱」을 전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은행을 없애야 한다. 그래도 「프랑스」의 도둑이나 강도들은 선량한 시민을 공격하는 것을 지극히 삼가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엉뚱한(?) 은행 「갱」관을 털어놓았다.
「프랑스」 경찰이 보는 강도의 성공률은 60∼65%로 무척 높은 편이며 따라서 무장강도의 미제사건은 경찰서마다 산더미 같이 쌓인 셈. 그러나 살인사건의 경우 성공률은 15∼20%로 잡고 있으며 이는 지난 10년간의 통계분석 결과라니 이론을 제기할 수는 없다. 경찰은 무장강도 용의자 「리스트」에 3백여 명이 올라 있으나 이것도 별 무효과로 이들의 미행에 형사들이 지쳐 빠지기만 한다는 것.
『무장강도 「리스트」 3백여 명에 왜 10만 5천여 명(프랑스 인구는 5천만 명으로 우리 나라 인구 3천 5백만 명에 4만 2천 경찰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이나 경찰이 필요한가?』 「프랑스」인들도 깜짝 놀란다. 이유는 『증거 없이는 절대로 체포할 수 없는』 민주적 전통이 경찰관의 증원을 아직도 요구하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모양이다.
한 예로 작년 연말 「피가로」신문사 무장강도사건 때도 경찰은 범인들 일당 3명을 1개월 전부터 미행했는데 이들은 3백 명「리스트」의 수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이 터지고 범행을 개시할 때까지 미행만 했지 손을 쓰지 못했다. 이들이 신문사에 돌격(?)했을 때 「파리」경시청은 1개 중대의 기동경찰을 범행장소에서 3백m 떨어진 곳에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사전 체포하지 못했다』-. 이들이 신문사「갱」을 하고 나올 때야 경찰은 총격전을 벌였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는 무엇을 할는지 아느냐? 인권을 우리는 침해하지 않는다.』 1명 사망, 2명 중상 ,범인 2명 체포란 전과(?)를 놓고 경찰이 중얼거린 말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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