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공포, 北美·유럽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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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생, 홍콩.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병원체가 북미.유럽 지역에서도 발견됨에 따라 괴질 공포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6일 아시아.유럽.북미 지역에서 약 1백50여명의 괴질 감염자가 발생, 9명이 숨졌다며 전세계에 괴질 경계령을 내렸다. 베트남에선 괴질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 40여명이 감염돼 이 중 간호사 한명이 지난 15일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괴질 환자 대부분(80% 이상)은 이같이 치료과정에서 감염된 의료진이라고 WHO 측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보고된 괴질 환자는 ▶캐나다 8명▶베트남 42명▶홍콩 49명▶대만 3명▶싱가포르 20명▶필리핀 5명 등이다.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WHO 사무총장은 "전세계 어느 곳도 전염성 강한 괴질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홍콩을 방문했던 토론토 거주 여성과 아들이 괴질로 숨졌고, 밴쿠버 시민 3명도 일반적인 양태와 다른 폐렴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WHO 측에 보고됐다.

또 최근 뉴욕발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탑승했던 30대 싱가포르 의사가 장모와 함께 중간 기착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괴질 증세를 보여 현지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의학회의에 참석하기 전 싱가포르에서 괴질 환자 2명을 치료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괴질 감염 여부를 놓고 뉴욕 시민들이 불안해 했으며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공개적으로 "그가 어느 누구도 감염시키지 않았다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가 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두시간에 불과하며 회의 시간 동안 누구와도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괴질이 약 일주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고 있기 때문에 뉴욕시 보건당국에서는 의사들에게 감기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 중 최근 아시아를 여행했던 사람들은 조심해 접촉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정용환.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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