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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7번 국도…암흑의 터널 1,040m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강원도와 경북도를 잇는 외줄기 길은 가파르고 위험하다. 특히 동해안을 끼고 경북울진파강원 삼척을 연결하는 7번 국도상의 용화「터널」은 원래 기차가 다녀야할 「터널」을 자동차가 다니기 때문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삼척군 관내 근덕면과 원덕면 경계에 놓인 이 「터널」은 일제 때 동해북부선 철도를 위해 뚫린 것이나 이제는 차량전용로가 된지 벌써 30여년을 헤아린다. 「터널」은 근덕면 초곡리와 원덕면 용화리를 연결하는 3㎞사이에 3개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문암굴(1백58m)과 용화굴(1천40m) 초곡굴(3백8m) 산허리를 잘라 만들어져 있었다는 원래의 도로는 2㎞를 우회하는 산길이어서 「터널」에 차가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곧 없어져 흔적조차 찾을 길 없다. 따라서 「터널」은 차량뿐만 아니라 이 일대 3백50여 가구 주민들에게도 유일한 통행로의 구실을 하고 있다. 3개의「터널」중 1㎞가 넘는 용화「터널」은 아랫부분에서 약간 「커브」를 이루어 맞은편 입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의 굴속. 보행할 때는 횃불을 켜들고 지나야 할만큼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 폭 4·2m의 이「터널」은 노면이 울퉁불퉁한데다 천장에서 흘러나온 지하수가 제대로 배수되지 않아 절반이상이 흙탕길. 이 같은 형편인데도 「터널」에는 전등시설은 커녕 입구에 감시원 1명도 없다. 당장 노변정리와 「터널」전동가설만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것이 이 부근주민들의 소망이다. 【삼척=강원특별취재반 이량·김광섭기자】
군에 따르면 이 「터널」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보행자는 하루 54명, 차량은 노선「버스」46대를 포함, 1백2대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1백50대가 넘으리라는 주민들의 추산.
초곡리 영업소를 경영하는 문영자씨(여·심)는 『지난 1월10일 8t화물「트럭」이 「터널」중간에서 바퀴가 빠져 비스듬히 쓰러져 5시간 20분 동안 통행이 차단되어 「터널」북쪽 입구에만 40여대의 차들이 줄지어 밀려 있었다』고 말했다.
용화리의 장길성씨(30)는 『남자들도 혼자서 「터널」지나려면 겁이나 몇이서 기다렸다가 모여 동행해야 하며 횃불 없이 가려면 긴 막대기를 한 손에 잡고 벽을 훑으면서 간다』고 말했다.
장씨는 「터널」초입에까지 전기가 들어오고 있으니 우선 내부에 전등만이라도 가설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터널」을 중심으로 한 매원·초곡·문암·용화·장호리의 어린이들은 주머니에 성냥 1갑씩 갖고 다닌다. 「터널」을 지날 때는 몇 명이서 짝을 지어 짚단 한움큼을 말아 쥐어 횃불을 만들어 밝혀들고 다닌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터널」양쪽 입구에는 군인초소가 있어 군인들이 유선으로 차량통행을 정리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군인들이 철수한 후부터는 빈 초소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삼척군 당국자는 『도에서 현지 조사한 후 청원경찰을 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척경찰서측은 『현재로서는 예산조처가 없고 차들이 자율적으로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큰 위험을 느끼지 않으나 갈수록 차량이 증가하는 경우 사고가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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