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대교, 자갈치 매출도 들었다 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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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쪽 바닷가 길을 꽉 메운 채 이를 구경하는 관람객들. 지난해 11월 27일 다리를 들어 올리기 시작한 뒤 평일에는 평균 3000여 명, 주말에는 2만여 명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75도까지 들어 올려진 부산 영도대교. [송봉근 기자]

일요일인 지난 19일 오전.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부산 중구와 영도를 잇는 영도대교의 인도 일부와 주변 해안도로는 2만여 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낮 12시가 되자 ‘앵~’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중구 쪽 다리가 수직에 가까운 75도 각도까지 서서히 올라갔다. 관광객들 사이에 환성이 터졌다. 영도대교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영도다리’가 가사에 들어 있는 옛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가 흘러나왔다. 관광객들은 하늘로 솟구친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경남 사천에서 이웃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온 이호성(58·경남 사천시 사천읍)씨는 “어릴 때 부모님 손 잡고 영도다리를 보던 추억을 되살리려 왔다”고 말했다.

 약 10분 뒤 영도다리가 다시 내려왔다. 때는 점심시간. 관광객들은 줄을 지어 200m쯤 떨어진 남포동 자갈치시장으로 몰려갔다. 자갈치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김종진(52)씨는 “전에는 점심때 30~40명 정도가 왔으나 영도다리를 들어 올리기 시작한 뒤 손님이 거의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자갈치시장 내 횟집 280곳이 거의 다 비슷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장 조합 금봉달(55) 본부장은 “모두들 저녁에 한 번 더 영도다리를 들어 줬으면 원이 없겠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영도대교가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도개(跳開)’를 47년 만에 다시 시작하고 50여 일. 영도대교 인근 상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려와서다. 낮 12시에 10분간 들어 올리는 광경을 보려고 평일에 3000여 명, 주말이면 2만여 명이 북적거린다.

 영도다리 주변은 상권이 쇠퇴하던 지역이었다. 부근에 있던 부산시청이 1998년 먼 곳으로 옮기면서 상권은 더 메말라갔다. 그러던 지역에 ‘다리 들어 올리기’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자갈치시장 건너편 부평동 ‘깡통시장’은 빈 점포가 사라졌다. 6억원에 내놨어도 사겠다는 이가 없던 전체 면적 168㎡짜리 3층 건물이 영도대교 개통 뒤 8억원에 팔렸다. ‘깡통시장’은 6·25 직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조림을 주로 거래한 데서 붙은 이름이다.

 1934년 개통한 영도다리는 교통량이 늘고, 도개 장치가 낡아 66년 들어 올리기를 멈췄다. ‘부활’ 논의는 2000년대 들어 시작됐다. 롯데그룹이 근처에 백화점과 주상복합 등을 짓는 ‘롯데타운’ 계획을 추진하면서다. 교통 혼잡을 고려해 새 다리를 지으려다 옛 다리를 확장하고 도개 기능을 부활시키기로 부산시와 합의를 봤다. 공사비 1100억원은 전부 롯데그룹이 부담했다. 투자는 롯데그룹이 하고, 효과는 부산시와 시민들이 보는 셈이다.

 부산시는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도대교 관광상품화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부터 추진한다. 중구 쪽에 만남의 광장과 관광안내소를 짓고 영도 쪽에는 야시장·카페거리·독립영화관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영도대교로 인해 그늘이 드리워진 곳도 있다. 영도대교에 바로 붙은 식당들이다. 영도대교 입구에서 식당을 하는 변장수(60)씨는 “혼잡할 것이라 짐작한 단골들이 발길을 끊은데다, 관광객은 명물인 자갈치시장만 찾아 점심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화장실이 충분치 않고, 다리 들어 올리기를 전후해 교통 혼잡이 극심해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부산시 김병기 관광진흥과장은 “영도대교를 빨리 개통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다. 인프라를 빨리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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