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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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 작가 고리키의 유명한 소설『밤주막』을 보면, 실소를 자아내는 대목이 있다.
『도대체 인간이란 동물은 어째서 이렇게도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마치 판사 앞에서 하는 것 같이 말이지….』
하지만 최근 우리 나라 법정에선 웃지 못할 거짓말들이 횡행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른바 위증으로 판결을 그르친 증인들.
형사소송법 제157조를 보면 법정에서 증인은『기립하여 엄숙히』선서를 하게 돼 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증인은 이 선서를 낭독할 뿐 아니라 서명날인까지 해야 한다.
위증죄는 형법 제152조에 있다.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공술을 할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만 5천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된다.
증인의 증언은 증거재판주의를 따르는 판결에선 유죄 혹은 무죄의 결정적인 실마리가 된다. 우리 나라는 물론 이 원리를 따르고 있다. 『사실의 증언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조목이 형사소송법(307조)에 명시되어 있다.
증언은 인적인 증거로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증거 중엔 물증·서증, 그밖에 직접 증거·간접 증거 등이 있다. 그리고 재판은 이런 여러 증거를 종합해서 판단을 하게 된다. 따라서 위증은 그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서리를 맞고 있는 위증은 뇌물수수에 관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한마디로 뇌물을 바친 쪽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시치미를 뗀 것이다. 이런 경우 그 이상의 유죄 증거가 없는 한, 수뇌자는 무죄가 되기 쉽다. 사실 그런 일이 우리 현실에서 없지 않다.
미국의 경우도 수뇌 죄는 뇌물을 바친 자와 함께 처벌을 받게 되어있다. 그러나 관례상 뇌물을 바친 자가 진실을 증언하면 받은 쪽만 처벌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진실한 증언을 받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소극적인 법률의 기교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위증이 위력을 발휘하는 그 사회의 도덕적인 수준이 문제다.
미국도 최근 워터게이트 사건을 놓고 위증이 큰 골치로 대두되고 있다.
그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녹음 테이프가 중요한 마디에서 잡음으로 소멸되었다. 그것에 관련된 여비서는 고의가 아니라고 위증을 한 혐의로 추궁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증언 선서를 할 때 성서에 왼손을 얹고『하느님의 이름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것은 십계명의 여덟 번째에 있는『거짓된 증참을 하지 말라』는 종교적인 판결 계시를 포함한 맹세이다. 법률적·종교적인 이중의 선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회도 위로는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위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위증이야말로 현대 범죄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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