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예시의 자격 고사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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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행 대학입시 예비고사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 자격고사로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작일자 본지보도는 주목할 만한 것이다. 문교부의 공식 해명과는 뉘앙스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만일 이 보도가 사실이라 한다면 그것은 현행 대입예비고사제가 지니고있는 이론상·현실상의 많은 모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기 우리의 견해를 피력해 둔다.
현행 대입예시 제도는『국가가 통일된 기준 아래 대학교육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여 대학의 권위를 세워주며, 사립대학의 정원 초과 모집과 대학교육의 적성 무시로 인한 대학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며… 대학의 지역적 차이나 격차를 감소』케 한다는 것 등이 그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지난 69년의 발족 당시부터 그같은 명분을 충족시키기에는 그 제도 자체에 너무도 많은 모순점이 내재돼 있었다.
문교부는 올해 전국 97개 대학의 대부분이 현행 대입 예비고사의 성적을 각 대학별 입학 전형에 반영키로 한 것 등을 이유로, 대입예비고사제의 성과가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는 듯 하나, 우리의 견해는 이에 동조할 수 없다.
우선 대입예비고사제는 그 가장 큰 명분이라 할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적성 선별과는 처음부터 거의 관계가 없는 제도였다 할 수 있다. 대학 신입생 정원의 1백 몇%를 합격시킨다는 원칙 하에 실시된 이 제도를 통해 우리 나라에서는 매년 종합성적 평균40점(1백점만점 기준) 안팎의 합격자가 배출되었으나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도 대학생의 적성판정 기준이 될 수 없었음은 너무도 명백하다.
더군다나 합격의 유효기간이 1년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는 이 제도는 매년 수만 명의 재수 자를 계속 누적시켜, 수험생에게 이중 삼중의 고민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면서도, 폭 넓은 자체적 기준에 의해 적성에 맞는 신입생을 선발하여야할 대학의 자치 기능과는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제도였던 것이다.
이 점에서, 만일 보도된 것처럼 문교 당국의 구상이 대학 입학자격에 관한 국가 검정제도의 본래 이상을 살려 가면서 그 합격자의 대학입학 결정을 전적으로 대학 당국의 자율적 재량에 맡기는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을 못하는 것이라면 이는 대체로 옳을 정책 방향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대학 입학 자격에 관한 정평 있는 국가 검정 제도인 영국의 GCE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트는 대학의 정원과는 아무 관계없는 순전한 적성검정이며, 또 그 합격자를 받아들임에 있어 각 대학은 무조건, 또는 따로 실시하는 추가적 전형 과정을 통해 오직 자율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래야만 비로소 대학생 자질과 적성에 관하여 국가검정을 실시하는 뜻도 살고, 또한 대학의 본질적 속성이라 할 학생의 진·퇴학에 관한 자율적 결정기능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자격검정고시」제를 실시하는 데에는 몇 가지 기술적인 난점과 한국적인 특수사정이 있다는 것을 부인치 않는다.
가령 엄격한 자격검정을 실시할 경우, 매년 그 합격자가 대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거나, 그 반대로 그 정원을 훨씬 초과할 경우도 당연히 예상해야 한다. 또 엄밀한 의미에서 적성유무의 판정 기준을 무엇에 두고 그 전형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데 대해서도 학문분야나 당국자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밖에 한국적 대학풍토 아래서 학생 정원에 관한 대학의 자율을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경계론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문제거나 비본질적인 기업에 속하는 문제들이라 할 수 있다. 교육제도의 한幹에 관계되는 일이요, 국가사회의 동량지재를 양성하는 대학교육의 장래에 관계되는 일인만큼 중지를 모아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많은 불 합리를 내재한 채 실시돼온 현행 대입 예비고사제의 자격제도 전환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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