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 쇠꼬챙이로 땅 속의 횡재를 탐지|꼬리 잡힌 3억대 도굴단 그 「호리」 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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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덤 속의 보물을 찾아라』-. 문화재 전문 호리꾼은 일확천금 할 수 있는 고려청자·이조백자 등 찾아 전국의 산야누비며 고분을 뒤졌다. 때로는 이름난 도요지에 들리기도 한다. 원형이 완전한 고려청자나 이조백자 1점의 가격은 수십만 원에서부터 1천만원 이상을 호가 한다니 1년에 1∼2점만 도굴해도 큰 돈벌이가 된다. 특히 일본 등지에 밀수출 하기도해 도굴에의 미련을 버릴 수 없다는 것. 시가 3억 원 어치 5백여 점을 도굴하여 서울시경에 구속된 신맹덕(45·전북 부안군 출포면 출포리) 김면순(36·충남 당진읍 우두리) 황후성(36·충남 당진읍 채운리) 등 3명은 겉보기에는 착실한 농사꾼이다. 각각 전답을 갖고 농사를 짓고있으나 뒤로는 도굴과 도굴 품을 수집했으며 총 거래 액은 약3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당진·부안 등지는 도자기 유의 문화재가 자주 출토되어 호리꾼의 집결지.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신이 문화재에 눈뜬 것은 도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잦고 거액으로 거래되는 예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신은 지난해 7월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야산에서 자기 류가 나왔다는 정보를 얻어 단신 원주로 찾아갔다. 도굴도구는 길이 2m·직경5cm쯤 되는 연결식 쇠꼬챙이 1개와 자루를 짧게 만든 삽 1개 뿐. 쇠꼬챙이는 마치 지뢰탐지기. 봉 분이 이미 없어진 옛 무덤을 찾아 쇠꼬챙이 끝이 닿는 촉감으로 백자 등을 찾는다. 자기 유에 쇠꼬챙이가 닿으면 딱딱하면서도 미끄러지는 듯한 촉감이 전해오며 토기 유는 표면이 거칠어 둔탁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
신은 보통 60cm∼1m깊이의 구멍을 파 물건을 꺼내고 다시 묻었다.
신이 1주일동안 도굴한 것은 이조백자 병·밥그릇·사발 등 16점. 신은 이 물건을 원주군청 앞 골동품상 백부영(30·수배 중)에게 51만5천원을 받고 팔았다. 이조백자 병 1점에 35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신은 지난해 11월 11일 수배중인 조기복(41·충남 당진군 정미면 대운산리)으로부터 충남 서천군 서천면 갈목리 해변의 야산에서 골동품이 출토됐다는 전보를 받고 곧 달려갔다.
이곳에는 이미 김복순·황순성 등 이름난 호리꾼 20여명이 몰려 골동품을 캐고 있었다.
신은 11월 15일 낮 이조초기(15∼16세기)의 백자병(분청사기삼엽문병) 1점을 발굴, 1백90만원을 받고 황에게 팔았으며 다음날 또 1개를 도굴, 90만원에 팔아 1백만원 짜리 수표 등 단번에 2백80만원을 벌었다. 신은 이 돈으로 빚 40만원을 갚고 논 1천5백 평을 사들여 동네에서 알부자로 소문이 났다.
김과 황은 한 패거리로 현지의 도굴꾼으로부터 이조백자 등 11점을 3백42만원에 사들여 백에게 6백80만원을 받고 팔아 3백38만원을 남겼다. 특히 김은 맏딸 김 모양(18·불구속입건)을 시켜 도굴 품을 서울까지 운반시켜 백에게 넘겨주었다.
서울시경 수사과 강중희 경위는 지난 1월초 골동품 등 문화재가 일본에 밀수출된다는 정보를 입수, 수사에 나서 골동품상 상고당 주인 신기한(54·중구 충무로2가61의8·불구속입건 중)이 지난해 11월초 고려청자 등 20여 점 시가 1억 원 어치를 일본골동품상 「후지아라」에게 밀수했다는 혐의를 두고있다. 경찰은 또 「브로커」 서정우(수배 중)도 1억원 어치를 일본 골동품상 「마에다」를 통해 밀수한 혐의를 밝혀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도굴품을 감정한 문화재 전문가 윤무병씨는 분청사기철화초문병·삼섭문병 등은 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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