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예선에 오른 작품만도 상당한 분량이었다. 금년 「신춘문예」는 예년에 비해 비교적 작품들이 우열의 격차가 없고, 수준도 어느 정도 진경을 보이는 것 같다.
요즘의 자유시라는 것은 그 시형에 구속을 받지 않는 반면 오히려 방종할이 만큼 언어를 남용하는 병폐가 있다. 그러나 이 「시조」라는 정형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아예 「남용」할 언어조차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선 중에서 먼저 4편을 골랐다. 그 중에 2편은 작자의 이름이 익은 것이었다. 그런 만큼 연수가 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억지로 어떤 「사상성」을 고조하려는 것이 오히려「역부족」을 드러내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2편은 유문동씨의 『청자』와 이현우씨의 『방』이다. 이것을 서로 겨루어 보면 세련되기는 『방』보다 『청자』가 월등하다. 그러나 너무 「화장」이 지나쳐 오히려 불쾌감을 자아냈다.
『방』은 『청자』에 비겨 좀 연조가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담박하고 깨끗하다. 또 몹시 진솔하다. 「참 되고 솔직하다」는 것, 이것은 곧 아름다움인 것이다.
다만 「암명」이란 한자어와, 「방들은 떨고 있다」는 귀절은 좀 어색하다. 하여도 동인의 다른 작품에서도 역량이 인정되기에 앞날을 기대하면서 축복을 보낸다. <김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