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암스테르담 공항은 터가 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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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마디로 터가 세다고 할까―
지난 17일 있은「로마」공항에서의「팬·암」기 폭파, 「루프트한자」기 납치사건은 전세계의 항공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지만「하이재커」들이 유독「로마」공항이나「암스테르담」「아테네」만을 골라 일을 벌이는(?)것도 우연만은 아닌 듯.
지금까지의 예로 볼 때 항공기 납치범들의 표적으로 가장 자주 등장된 곳은「로마」와「암스테르담」. 「팔레스타인·게릴라」들의 지하조직은 이곳을「유럽」에서의 활동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로마」와「암스테르담」은 이래저래 골치. 「팔레스타인·게릴라」에 의한 최초의 항공기 납치사건은 1968년7월23일「팔레스타인」해방민족대선(PFLP)이「이스라엘」항공의「보잉」707기를 납치, 「알제」에 강제 착륙시켰던 것인데 이때도 범인들이 비행기를 납치한곳은「로마」공항이었다. 그 1년 후「하이재킹」의 여왕「라이라·칼레드」가 항공기납치에 참가, 인질극을 벌였던 곳도「로마」였으며 지난해 5월
「텔라비브」공항습격사건의 범인「오까모도」등도「로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었다.
한편「암스테르담」도 그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서독이나 북구에 비해서 공항에서의 검문검찰이 소홀, 지난 7월의 일 항공기 납치범, 11월의 KLM기 납치범들이 비행기에 오른 것도 모두「암스테르담」공항에서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70년「삼중납치」로『「하이재킹」의 일요일』이라고까지 불렸던 BOAC·TWA·「팬·암」등 세 항공사의 여객기 연속공중납치사건 때도 그 범인들 중 두「그룹」이「암스테르담」에서 비행기를 탔다.
한편 공중납치가 아닌 지상에서의 습격의 좋은 표적으로 등장되는 곳은「로마」와「아테네」. 「아테네」공항은 지난 8월말고도 68년「게릴라」들에게 무대를 제공한 일이 있었다.「유럽」에서의 이같은 항공기납치나 공항습격사건에 희생, 사망한 사람은 모두77명, 그밖에 부상한 사람만도 95명에 이르고 있다고. 「하이재킹」의 악몽을 겪었던 항공사는 11개회사에 달하고 파괴 또는 폭파된 항공기는 모두6대. 그 동안의 이같은 피해를 금액으로 치면 약3백25억원(한화)에 달하고 그중 30억원이 인질석방의 몸값으로 지불됐다. 「유럽」의 모든 공항들도 이제는 자기검출기를 거의 갖추고 있지만「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공항에서처럼 소지품검사에 엄격하지는 않아「게릴라」들의 표적이 되는 것 같다. 【로마=정신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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