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패션」계 일대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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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트·쿠튀르」(고급마춤복)와「프레·타·포르테」(기성복)로 대별되는 두 가지 뚜렷한「패션」형태를 갖고 세계적인「패션」왕국으로 군림해온「파리」「패션」계는 근년 들어 고급 맞춤복이나 기성복 양쪽이 다 개성을 잃어 가는 경향이 되면서 일대위기를 맞고 있다.
상류사회의 극소수 여인들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값의「오트·쿠튀르」에 도전, 값 싸고「캐주얼」한 멋을 강조하며 보다 대중적인 옷으로 출현한「프레·타·포르테」는 근년 들어 본래의 취지를 잃고「오트·쿠튀르」를 흉내내고 있으며 값도 비싸지는 실정.
「오트·쿠튀르」역시 높은 자리를 지키는데 지쳐 기성복 시장 쪽을 기웃거리는 이변을 보이게 된 것이다.
결국「오트·쿠튀르」와 기성복의 높은 장벽이 무너진 셈이다.
일반 기성복 애호 여성들은 기성복이「오트·쿠튀르」의 취향을 닮아가는데 대해『덜 흔한 옷을 입게되었다』는 기쁨보다『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앞서는 듯 하며 반대로「오트·쿠튀르」의 고객들과「패션」예술론자들은『「패션」을 예술에서 한낱 상품으로 격하시키고 있는 경향』이라고 고급 마춤복의 기성복화 경향을 비난하고 있다.
「파리」기성복계의 실력자로 알려진 젊은「디자이너」「롤랑·샤갈」은 최근의 이런 동향에 대해『「파리」「패션」은 죽었다』는 단적인 표현을 쓰면서『「블루진」이야말로 진정한「프레·타·포르테」가 아니겠는가.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얼마 안 있어「파리」는「뉴요크」에「패션」의 주도권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오트·쿠튀르」가 그 본연의 자세를 되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자신 내년 봄부터는「오트·쿠튀르」를 위한「컬렉션」을 발표하는 등『예술로서의「파리」「패션」』을 되찾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한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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