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내외의 충격 속…주요품목 수급전망|지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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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말이 가까왔는데도 일부「메이커」에서는 주문 받은「캘린더」를 생산하지 못할 정도로 종이류의 품귀상태는 심각하다.
종이파동은 방한 일본관광객들이 자국의 화장지 품귀난 때문에 우리나라화장지를 서로 다투어 사감으로써 국내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인 영향마저 주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원목·고철 등 국제원자재 파동이후 시작된 지가앙등 및 품귀현상은 1년 이상 꺼질 줄 모르는 채 계속되고 있는데 최근에는「에너지」파동까지 겹쳐 한차례 더 심한 시련을 치르고 있다.
국제지류파동은 원료인「펄프」의 주공급원인 미국「캐나다」와「스칸디나비아」제국이「펄프」공급량을 줄이고 가격인상을 시도함으로써 비롯된 것.
미국은 71,72년의 경기침체기를 거쳐 73년 초부터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따라 자국의 지류소비가 증가, 이를 충족하기 위해 원료인「펄프」의 수출을 줄였는데 공급 감축량은 73년 상반기 중 72년 동기대비 32%.
한편「핀란드」「스웨덴」등은 산림자원보호를 위해 새로운「펄프」공장의 건설을 억제함으로써 세계시장에의 공급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펄프」시세는 급격히 앙등, 지난 연초 t당 2백「달러」선이던 BKP(표백「펄프」)가 현재는 5백40「달러」선까지 2배반이나 값이 올랐다.
우리나라가 종이파동을 이같이 심하게 겪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은 일본이 종이류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하게 된데도 있다.
일본은 국제자원 전쟁에 대처,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는 유보해 두고 필요한 것은 외국에서 사다 쓴다는 원칙아래 지난해까지 계속해 온「펄프」및 지류수출을 일체 중단하고 화장지·인쇄용지를 비롯한 모든 종이를 우리나라 등에서 현재 수입해 가고 있다.
해외여건이 이러한데다 국내에서는 종이유가 정부고시가에 묶여 있어「메이커」들이 스스로 조업을 단축하는가 하면 출고를 조절함으로써 제품의 품귀현상과 이중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종이 값은 현재 신문용지 t당 10만2천원, 백상지(인쇄용지) 18만6천원, 「크래프트」지 14만4천원, 판지12만3천원이나 업계는 이 가격이 BKP t당 국제시세가 3백50「달러」때에 책정된 것으로 현재보다 종이 값을 평균 50% 올려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으로 인해 중간 및 소도매상을 통해 물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일반소비자는 고시가의 50% 이상을 더 주고서야 현품을 구경할 수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현재 소규모「노트·메이커」들은 제품생산을 완전중단하고 있는 곳도 있다.
원료인「펄프」가의 앙등에다 최근의 유류·전력 등「에너지」공급감축은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제지업계에 적용된「에너지」감축량은 전력 12%(11월 대비), 「벙커」C유 10∼20%인데 주동력원인 전기와「벙커」C유의 감축은 자체의 열 관리 효율화를 기하고서도 평균10%정도의 조업단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종이생산시설 능력은 최근의 신·증설분을 합쳐 69만8천t으로 74년 추정수요량 65만5천t을「커버」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유류 공급이 감량되고 있어 신·증설분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전력까지 감축되어 내년도의 지류수급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감축조치에 따라 지난 5월부터 가동한 한독산업(크래프트지·연산3만t)은 70%정도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산 4만t 능력의 2호기증설은 지난 12월1일에 마친 세대제지(신문용지)는 아직 시운전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에너지」문제가 해결되더라도「펄프」시세가 안정되고 또 종이 값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종이파동은 끝나기 어렵다.
정부는 현재 연30만t씩 수입하는「펄프」를 자급한다는 방침아래 일산 8백t 규모의「펄프」공장을 추진 중에 있다.
외자(차관) 70%, 흥한「비스코스」와 제지업계가 공동 참여한 내자 30%로 계획되고 있는 1억2천만「달러」규모의「펄프·플탠트」가 제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공장가동은 2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원자재 파동 등에 따른 종이파동은 당분간 벗어날 수 없는 상태이다. <김한도 기자>

<나의 견해>원료 80%이상을 해외의존자원 확보 위해 정책지원을|이두희<제지공업연합회회장>
전체 원료의 80%이상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제지업계는 세계적인 자원전쟁에 직면하여 가격 면에서나 물량확보 면에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첫째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펄프」자원확보를 위한 장단기 대책을 조속히 구체화하고, 둘째는「펄프」도입을 위한 지원정책을 더욱 강화하며, 세째는 가격정책을 수시로 변동되는 국제가격에 맞도록 융통성 있게 운용, 생산의욕을 북돋워 줘야 한다.
이밖에 지류 소비절약과 고지회수운동을 벌여 실효를 거둠으로써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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