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소유자 80% 동의 땐 수직증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 중구 신당동의 ‘제일평화시장’. 동대문 패션타운의 원조 격인 이 도매시장은 1979년 완공된 이래 한국 패션산업의 중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상가 건립 후 30여 년이 지나면서 공간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상가 관리단은 2008년부터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 위에 3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증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추가 비용부담을 우려한 일부 소유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설득 끝에 소유자 83.3%의 동의서를 받아 2012년 서울 중구청에 제출했다. 구청은 건축허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수직증축을 반대하는 윤모씨 등 일부 상인들은 구청의 허가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상가 수직증축을 허가하는 데 필요한 동의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였다. 아파트는 주택법 시행령 47조에 8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는 요건이 있다. 그러나 상가의 경우 명시적 규정이 없다. 윤씨 등은 ‘공용 부분을 처분할 때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민법 264조를 들어 해당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수직증축으로 기존의 옥상이 사라지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3부(부장 심준보)도 2012년 7월 “수직증축으로 소유자들의 공유물인 옥상이 없어지는데 이는 공유물의 처분인 만큼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조영철)는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도 80%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되는데 상가라고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게 되면 상가와 같은 집합건물은 실질적으로 증축이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은 원고 측 상고로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아파트 수직증축에 이어 노후 상가들의 수직증축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의 15년 이상 된 노후상가는 전체 상가의 8.4%인 57만3445동으로 연면적이 1억7185㎡에 이른다.

박민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