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게릴라』, 『쿠웨이트』서 투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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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쿠웨이트18일=외신종합】서독「루프트한자」항공사 소속「보잉」737여객기를 납치한「팔레스타인·게릴라」5명은 사건 발생 30여 시간만인 19일 상오2시30분(한국시간·이하 같음)「쿠웨이트」공항에서 12명의 인질과 승무원을 석방하고 무기를 버린 채「쿠웨이트」당국에 투항했다. <관련기사3면에>
「로마」공항에서 기관총 난사와 미「팬·아메리컨」항공사의「보잉」707여객기 폭파·인질살해 등으로 33명을 죽이고 20여명을 부상케 하는 유혈극을 벌인 뒤「아테네」공항에서「그리스」에 억류중인 동료「게릴라」2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버티던「아랍·게릴라」들은「그리스」정부의 석방 거부로 목적을 달성치 못한 체 18일 하오3시3분「아테네」공항을 이륙, 「다마스커스」공항에서 2시간 동안 음식과 연료를 공급받은 뒤 이날 하오 11시5분「쿠웨이트」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쿠웨이트」당국에 의해 5명으로 확인된「게릴라」들은「쿠웨이트」당국이 착륙을 거부하고 활주로를 차량으로 막아 버리자 차량들을 들이받으며 비상착륙을 감행, 비행기는 활주로 부근 모래사장에 처박혔다.
「쿠웨이트」정부측에서「세이크·사드알·압둘라」내상 겸 국방감이 관제탑에 나가 이들과 3시간 동안 협상을 했다.
투항한「팔레스타인·게릴라」5명은 무기를 기내에 둔 채 두 손을 들고 한 명씩 내려 왔으며 내리는 즉시 체포, 인근 군사 기지로 호송됐다.
이어 공포와 불안에 떨어 얼굴이 백짓장이 된 초췌한 모습의 인질과 승무원 12명이 모두 내렸다.
「쿠웨이트」관리들은「게릴라」들이 아무 조건 없이 투항했다고 말했으나 현지 서독대사관측은 이들이「쿠웨이트」안의 모 지점까지 자유 통과를 허용해 준다는 조건으로 투항했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게릴라」들은「아테네」공항을 이륙할 때 그들이 기내에서 사살한 인질 1명의 시체를 비행기 밖으로 던져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바퀴에 치여 시체의 다리 하나가 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부조종사를 포함한 인질 3명을 사살했다는 주장은 단순히「그리스」정부에 동료「게릴라」석방을 위해 압력을 가하려는 협박에 불과했다.
이들은 한때 기내에서 인질들에게 자기들의 끔찍한 범행을 후회하는 듯이 괴로와했으며『그러나「이스라엘」이 저지른 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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