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전을 위한 국제·사회 환경|한국미래학회·독「에버트」재단 주최 미래학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의 발전을 위한 국제 환경·사회 환경』을 주제로 한「세미나」가 한국 미래학회와 독일「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공동주최로 15∼17일 충남온양관광「호텔」에서 열렸다.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의 60여 전문학자가 참가한 이「세미나」는「80년대의 번영」과 같은 화려한 내일을 점쳐 준 미국의 미래학자「허만·칸」류의 한국의 미래상을 그리기보다는 실제적으로 한국의 발전을 약속할 수 있는 국제적·사회적 환경 조건은 어떤 것인가를 따져 본 모임이었다는 점에서 73년의 학계활동을 마무리한「현재학」의 결산이란 인상을 주었다.
「세미나」는 ①한국의 환경 ②발전과 갈등 ③사회·경제적 발전의 현실과 문제 등 세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이한빈 박사(숭전대 총장)는 개회사에서『한 사회 한 체제가 상당 시간에 걸쳐 전반적 생활상태에 계속적 향상을 성취하고, 또 그렇게 됐다고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발전』이라고 정의하면서 내적으론 사회적 의식과 참여가, 외적으론 사회적·국제적 환경의 안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의 국제환경>
이「세미나」의 첫 번째 발표자이며 정부정책을 대변한 함병춘 박사는「긴장완화와 한국」이란 제목으로 말하면서『국제적으론 긴장완화 추세인데 국내적으로 정치권력의 강화와 같은 긴장 증대는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해 주목되었다.
그는『국내적인 긴장 증대가 영구 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는 것이 전혀 근거를 갖지 않는 주장은 아니지만, 국제정세가 너무나 빨리 긴장완화의 길을 달리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을 위해 국내 정치의 안정을 바라게 된 것이며 그런 마음이 반사적으로 우선 움츠러드는 효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러한 설명에 대해 참가학자들은 거의 솔직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으나 한배호 교수(고려대)는『국제적인 긴장완화의 긴 추세가 보일 때 국내적인 긴장 증대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은 없는가?』를 따졌다. 이에 대해 함 박사는 우리가 북한과 아직도 대치하고 있다는 현상 때문에 흔히『독재 정권의 권력확장·국민기본권 제약의 구실』이라고 오해되지만「전시 체제」의 성격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위치임을 강조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외자도입을 필요로 하는 그렇기 때문에 전시체제를 스스로 강조할 수 없는 이율 배반적 입장이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점차적 노력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1970년대의 극동평화」를 발표한 이상우 교수(경희대)는『하나의 제도화된 적극적 평화가 아닌, 전쟁이 없다는 뜻에서의 소극적 평화는 북한의 모험이 없는 한 보장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①한반도에 소·일·중공의 독점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②북한의 모험적 행동을 견제할 수 있고 ③강대국간의 중요 완충지 역할을 할 때 극동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전과 갈등>
이같은 국제환경에서 시야를 안으로 돌릴 때 발전에 따른 갈등의 문제가 있다.「후진국의 발전방향과 갈등」을 말한 오갑환 교수(서울대 신문대학원)는『일부 후진국의 지도자들은 경제성장률 발전목표로 인정하면서 실제로는 정권강화에 더 열성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네 가지의 발전가치 즉 경제적 풍요, 자유, 경제적 평등, 민주적 정치 참여 등이 각기 상이한 집단에 의해 추구되어 그 동시적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후진국은 그 스스로가 지닌 갈등 속에서 새로운 조화된 발전유형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원만한 해결방식을 영영 발견치 못할지도 모른다』고 비관론을 폈다.
「한국정치 발전에 있어서 갈등과 변질」을 논한 한배호 교수는『한국사회가 현대화의 혁명적 변화과정을 겪어 왔지만 현대화 혁명이 몰고 오는 막중한 대가·비용·혜택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지킬 한국 정치 체제의 능력이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현 한국 정부는 그 나름으로 경제개발을 추진,「세기적」도전에 대응해 가고 있으나 정부가 곧 정치체제가 아니며 정치체제 자세의 불안정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권위소유자와의 개인적 친분이나 사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한국정치의 현존의 제도적 배열이 계속 늘어날 갈등과 부담·압력을 지속적 성장으로 바꾸는데 어느 만큼 탄력성과 역량을 지니고 있느냐가 다시 검토 돼야겠다』고 했다.
또 최정호 박사(성균관대)는「신문과 발전」을 말하면서『신문이「발전을 위한」수단으로 변모함으로써 정치보다는 경제 문제에 매달리게 됐다』고 봤다.
그러나「경제발전」의 결과로 생기는 소득 격차·지역격차·기대좌절· 환경파괴와 같은 사회문제가 부각되면서 그 발전을 계획·관리하고 그로써 유지·강화된 체제 자체에 대한 의문이 그 동안 배경에 몰아붙여진「체제비판의 정치논쟁」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것이며 신문은 그때 정치적·사회적 갈등의 지도·조정자로서 다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발전의 현실과 문제>
이밖에도 정희섭씨는「인구정책과 사회정책」을, 임희섭 교수(고려대)는「경제성장과 상승기대」를, 박영기 교수(서강대)는「경제개발과 노사관계」를, 김진현씨(동아일보)는「한국의 경제성장과 복지정책」을 논했다.
특히 임 교수는 후진국 개인소득 분포 면에서 최상위 소득계층 5%는 국민소득의 30∼40%를 차지, 선진국에서 20∼25%를 점유하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후진국의 중간계층의 소득비중이 20∼30%로 선진국의 40%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의 문제를 제기했으며, 박 교수는 노동조합과 같은 조직활동이 부정되는데서 생기는 사회적 긴장은 사회의 기본질서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 폭발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주목됐다. <홍종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